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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모 '공흥지구 개발 의혹' 전말…신안저축은행은 왜
최씨 일가, 공흥지구 개발사업 참여 때 자금 대출
추모공원 납골당 사업권 분쟁 때도 연루 의혹
최씨 '도촌동 땅' 매입시 '잔고증명' 때도 등장
2021-12-08 06:00:00 2021-12-08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유독 부동산 개발·투자와 관련한 잡음이 많다. 최근 불거진 공흥지구 개발사업도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이다. 이 의혹에는 최씨의 딸이자 윤 후보의 아내인 김건희씨, 그리고 금융기관인 신안상호저축은행(현 바로저축은행) 이름도 나온다. 도촌동 땅 매수 의혹에도 김씨와 신안저축은행이 판결문 등에서 언급됐다.
 
김건희씨가 개발사업 투자 권유
 
2015년 1심부터 대법원까지 3년간 이어진 판결문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특혜 의혹이 불거진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전말은 이렇다.
 
최씨는 2006년부터 이에스아이엔디(ESI&D)라는 회사 명의로 양평 공흥지구 땅을 꾸준히 사들였다. 이에스아이엔디는 ‘은순 인베스트먼트&디벨롭먼트’ 약자로 알려져 있는 부동산개발회사다. 최씨 일가는 초창기 공흥지구 땅을 매입하는데 여러 곳에서 자금 수십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한 곳이 이 사건 송사의 원고인 A사다.
 
김씨는 지난 2009년 5월쯤 A사 대표 아들에게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A사는 2009년 7월 최씨 명의 계좌로 8억원을 입금하며 개발사업에 따른 수익금 중 일부를 정산받기로 하는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최씨는 이 돈을 이에스아이엔디에 입금한 뒤 2011년 12월 양평군 일대 임야 2585㎡를 매수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는데 썼다.
 
김선교 당시 양평군수(현 국민의힘 의원)는 2012년 4월 말 양평군 공동주택 조성을 위한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고시하고, 그해 9월 최씨 회사를 도시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두달 뒤에는 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2014년 5월에는 최씨 회사의 도시개발사업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같은 해 8월 최씨 회사가 사들인 공흥지구 땅에 아파트 분양이 본격 시작됐다.
 
2011년 11월 양평군의 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 고시. 출처/양평군청
 
이에 앞서 A사는 최씨에게 투자한 8억원에 대한 정산을 요구했고, 최씨는 김 전 군수가 이에스아이엔디의 도시개발사업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기 전인 2013년 5월 A사에 8억원을 상환했다. 그로부터 2년여 후 A사는 2015년 6월 최씨에게 8억원이 아닌 투자약정에 따른 투자수익금을 정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
 
A사 주장에 따르면 최씨 측은 공흥지구 사업에 투자해주면 2~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 비율대로 수익에서 정산해주겠다는 취지로 투자 제안을 했다. 최씨의 공흥지구 개발사업에 들어간 전체 투자금 중 A사의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8%이기 때문에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 186억6616만원의 9.8%인 18억3000만원 가량을 정산금으로 줘야한다는 게 A사의 주장이었다. 8억원이 아닌 18억3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씨 측은 이 사건 투자 약정 당시 A사에 2~3배의 수익금을 지급하거나 투자비율대로 사업 수익을 정산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8억원 전액을 반환함으로써 이 사업 투자에 관한 정산을 완료했고, A사가 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포기함으로써 이 사건 투자 약정은 합의 해지됐다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2013년 5월 명천기업에 8억원을 지급할 당시 이 사건 사업은 사업계획승인조차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이 아니었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 8억원을 전부 반환받는 등 원·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투자 약정에 관한 법률관계는 전부 정산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최씨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도 “A사의 누적 결손액은 24억원에 이르러 재정상태가 악화된 상황이었다”며 “A사 아들은 김건희씨와 자주 교류하였으므로 이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여러 사정을 더해 보면 A사는 최씨와의 투자관계에서 이탈할 의사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출처/B사 법인 등기부등본
 
김건희씨 지인회사 명의로 20억 대출
 
최씨가 양평 공흥지구 땅 99.8%를 매입할 때 자금을 모두 어디서 끌어온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A사에게 8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온 곳은 신안상호저축은행(현 바로저축은행)이다.

최씨는 당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해 투자자문사인 B사 명의로 신안상호저축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받아 그 중 8억원을 A사에 지급했다. B사는 김씨의 경영대학원 EMBA 동문 김모씨가 실소유한 회사로 알려진 곳이다.
  
실제 최씨 소유 건물에 2013년 4월 김씨 지인 회사인 B사 명의로 채권최고액 26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최씨 소유 건물 등기부등본을 보면 비슷한 시기 전후에도 신안상호저축은행이 각각 채권최고액 22억원(C의료재단 명의), 13억원(B사 명의)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출처/최은순씨 소유 건물 등기부등본
 
만일 B사 등에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신안저축은행이 최씨 부동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공흥지구 땅까지 모두 묶였을 수 있다. 실제로 초창기 신안저축은행 등을 통한 자금으로 최씨 일가가 매입한 공흥지구 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강제수용 당하거나 묶일 뻔했으나 양평군이 민간개발사업을 승인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여권에서 당시 인허권자였던 김선교 양평군수와 여주지청장이던 윤 전 총장 간 ‘커넥션 의혹’ 등을 제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진행되던 당시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에서 2013년 4월 정기인사에 따라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박근혜 국정원 댓글 조작 의혹' 수사팀장직을 병행했다.김 전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2013년은 김 전 군수가 '후보자 등 기부행위 금지 위반' 의혹을 받던 때다. 김 전 군수는 그러나 2015년 10월15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윤 후보 캠프 측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윤 후보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좌천돼 있던 때”라며 “새누리당 출신 군수(김선교)에게 무엇인가 부탁하거나 관여할 상황 자체가 아니었고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A사가 최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민간업체가 최씨에게 8억원을 대여한 후 회수한 민사 거래에 불과하다”며 “대출 과정에서 이에스아이앤디 법인 명의 대출이 이뤄졌으나 최씨 소유 물적 담보를 제공했고 대출금 전액을 변제받아 배임이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씨는 직접 이 사업에 관여하거나 대여금을 유치한 사실이 없다”며 “대여금이든 투자금이든 유치하였다면 그와 관련된 법률관계나 계약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2013년 10월 '박근혜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3명을 긴급체포하고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였다. 이 때 수사지휘라인에 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항명 사태도 불거졌다. 이후 다음해인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그 전까진 여주지청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안저축은행, 김씨 전시회도 후원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대폭 높아졌지만 신안저축은행은 2013~2014년 최씨 일가에 꾸준히 자금을 대줬다.
 
신안저축은행은 '공흥지구 송사' 사건 전 최씨의 ‘노덕봉씨 추모공원 납골당 사업권 편취 의혹’ 사건에서 처음 등장했다. 2019년 9월 노덕봉씨가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면서다. 노씨는 “최씨와 지인 김씨(B사 실소유주 추정)가 추모공원 주식 30%를 위조해 나를 해임하고 신안저축은행과 공모해 시행사업권을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신안저축은행은 최씨가 도촌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도 이름이 여러번 나온다. 최씨는 2013년 동업자 안모씨와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신안저축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부동산 정보를 얻으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에 자금력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건희씨 회사 코바나콘텐츠 감사이자 B사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씨가 이들의 부탁을 받고 신안저축은행 명의 잔고증명서 총 4장을 위조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지난 3일 검찰은 최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안저축은행 측은 2015년 12월 법원에 “이 사건 잔고증명서 일체는 당행이 발행한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사실조회 회신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신안저축은행인 셈이다. 그럼에도 신안저축은행은 아직까지 최씨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황희석 변호사는 “기업이 명의를 도용당하면 상대방을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손해배상소송 또는) 고소 고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신안저축은행이 (최씨를 상대로)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가 그 이유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신안저축은행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2018년 세계적인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기획한 코바나 컨텐츠 김건희 대표. 사진/뉴시스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검찰은 대검 중수부 산하에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을 꾸려 저축은행 오너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300억원대 불법대출을 벌인 혐의를 받던 신안저축은행은 법인과 상무와 부장급 직원 2명만 불구속 기소되고, 당시 박모 대표와 대주주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 은행 대주주는 박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의 부친이다.
 
신안저축은행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콘텐츠 주최 미술 전시회 후원자이기도 하다. 신안저축은행은 김씨 주최 전시회에 2016~2019년 3차례 후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검찰은 김씨가 신안저축은행, 도이치모터스 등으로부터 코바나컨텐츠 후원을 받은 것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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