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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오징어게임과 반도체·배터리
2021-10-14 06:00:00 2021-10-14 06:00:00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선풍적 인기다. 추억의 옛 놀이를 소재로 한 스토리는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단은 물론이고 관객의 찬사까지 받고 있다. 한국의 K컬처가 K팝이나 K뷰티를 넘어 문화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꿈꿨던 김구 선생의 염원이 비로소 현실이 되는 듯 해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하다. 
 
그런데 경제강국 대한민국의 근간이 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산업은 어떤가. 지금까지의 성과는 좋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그 동안 잔뜩 움추려 있던 산업 생산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공급과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생산의 고삐가 한층 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각국은 심각한 원부자재 부족난을 겪고 있다. 근본 원인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같은 경제 정책이다. 수출용 원부자재 감산이 전력난과 맞물리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의 자료를 보면 반도체 웨이퍼와 태양광 패널 원료로 쓰이는 규소(메탈실리콘) 가격은 7월 이후 넉달만(10월 기준)에 무려 322%나 상승했다(위안화 기준 1만4408위안에서 6만833위안). 반도체 낸드플래시와 화학 배터리 소재인 황린(백린)은 같은 기간 208% 가격이 올랐다(1만9450위안에서 6만위안). 이들은 각각 중국산 점유율이 67.5%와 40.3%다. 반도체 금속 배선 등에 들어가는 텅스텐 가격은 넉달 동안 10% 상승했다(36.5달러에서 40.25달러). 텅스텐의 중국산 점유율은 82.1%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료 역시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대부분이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산업 환경도 좋지 못하다. 9월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에 매출과 잔고, 생산 계획 등의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당장 TSMC는 거절의 뜻을 밝혔고, 한국도 기업의 우려를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게임 체인저가 게임 참여자들의 생존을 좌지우지 하는 현실인 셈이다. 한쪽에서는 원부재료 공급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글로벌 생산공급체인 균형에 균열을 가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한다.
 
게임 참여자 한국은 게임 체인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관건은 안정적인 원부재료 확보와 기술개발이다. 수입선 다변화로 중국산 비중을 낮추고, 초고도 신기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13일 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원가를 낮추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함량을 낮춘 양극재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즉 게임 체인저의 판 흔들기 속에서 기업은 신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입선 다변화는 자원부국으로 분류되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가 중요하다. 이들과의 원부재료 수입 계약은 필연적으로 개발 이익 공유와 해당 국가에 대한 투자를 동반한다.
 
결국 팔 다리 역할을 하는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몸통 역할을 하는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투자의 문턱을 낮추며 기업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경제버전의 신산업 오징어게임은 이제 1라운드에 돌입했을 뿐이다.  
 
권대경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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