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날개잃은 조종사, 정부 대책 시급하다
입력 : 2021-09-15 06:00:00 수정 : 2021-09-15 09:04:05
"꿈의 직장요. 다 옛날 이야기죠. 지금은 꿈처럼 날아가버린 직장입니다."
항공사 기장으로 10여년 근무하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조종사의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탓이다. 대형항공사(FSC)들은 그나마 화물 운송으로 버티고 있지만, 소규모항공사(LCC)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로 인해 항공업계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승무원이나 행정직 직원들은 이직이 아니라 전직을 기하고 있고, 조종사들과 정비사들도 하나 둘 현장을 떠나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이들이다. 서너달 교육으로 뚝딱 육성되는 게 아니다. 수 년 수 십년 훈련과 실전을 거쳐 노하우가 쌓여야 안전한 운항을 할 수 있는 기장과 부기장이 될 수 있다. 정비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직종은 지속적인 비행과 정비를 해야 기술력이 유지되는 특징을 갖는다. 통상 자동차도 줄곧 하다 서너달 쉬었다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 어색하듯 항공기 조종관과 정비 부품들을 다루는 일도 비슷하다. 
 
그런데 운항이 없다. 기술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일부 항공사들이 기량 미달을 사유로 조종사들을 부당 해고한 정황이 포착됐다. 비행 운항 자격 평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사측이 내세우는 사유다. 논란이 됐던 회사는 항공안전법에 근거해 운항 능력을 검증했고, 자격심사위원회 판단과 중앙인사위원회 결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종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분명 코로나 현실과 맞물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즉 운항이 급감한 만큼 조종사들이 조종관을 잡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기량 유지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상당수 항공사들은 모의비행훈련장치(시뮬레이터) 평가를 한다. 실격 처분을 받으면 재자격 취득을 위한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려한대로 최근 초대형 여객기 A380(495석)을 운항하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120명이 조종 자격을 잃고 휴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간 운항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LCC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하반기 LCC들은 정부의 항공업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받아왔는데 이마저 이달 종료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항공은 국가기간산업이다. 위드코로나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면 항공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조종사들은 필수 인력이다.
 
지금 업황이 좋지 못하다 해서 이들을 몰아내고 정작 필요한 때에 인력난을 겪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항공안전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조종사들을 타국적 항공사에 뺏긴다면 안전 항공의 한국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확충하고, 지난해 통과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에 근거한 기간산업안정기금도 더 늘려야 한다. 직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고용 안전 장치도 보강해야 한다.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위드코로나에 의한 일상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건 그나마 희망이다. 다만 항공업계의 경영난 극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감축의 구조조정 끝에는 불안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우리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정부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권대경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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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경

정경부 권대경입니다. 정치경제사회 현안 분석을 통해 좋은 기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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