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소기업 힘들게 하는 ‘레드테이프’
입력 : 2021-07-26 06:00:00 수정 : 2021-07-26 12:17:56
 
코로나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호황을 누리는 업종도 있지만 소상공인을 비롯한 다수의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정부는 어려운 국민이나 사업자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긴급지원자금의 마련, 금리동결, 상환유예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책은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한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재원의 한계로 지속·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 사태를 보다 과감하게 중소기업 경영의 장애를 제거해 나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세금, 규제와 더불어 중소기업이 손꼽는 대표적인 장애물의 하나가 레드테이프(red tape)다. 레드테이프는 17세기 영국의 관청에서 공문서를 매는 붉은 끈에서 유래된 '형식주의' 또는 '문서주의'를 말한다. 모든 행정 처리나 의무, 그리고 책임이나 한계는 차후에 서면을 통해서만 증거로 확인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무 처리에서 일정한 양식과 절차에 맞춘 서면 형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져 각종 절차와 구비 서류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레드테이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를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확보와 행위의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엄청나게 복잡한 계약서나 약관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관공서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지나칠 정도의 수준으로 절차와 서류 요구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갑'의 레드테이프는 '을'을 힘들게 하고 나아가 책임과 피해를 떠넘기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레드테이프의 부작용은 우선 서류를 갖추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단순한 서류를 떼는 것도 반나절이 걸리는 경우가 있을 뿐더러 증명서, 평가서, 의견서 등을 내라고 하는데 이는 상당수가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시간 소요도 만만치 않지만 비용도 수 십 내지 수 백 만원이 든다. 이러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규제 업무일수록 레드테이프도 심하다.
     
중소기업이나 국민 개개인을 힘들게 하는 레드테이프를 줄이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기관들이 민원 부담을 완화하고자 기간 단축이나 제출 서류를 줄여나가는 간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부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의 환급기관을 3개 기관에서 1개 기관으로 일원화되고 환급 처리 기간도 12근무일에서 7근무일로 단축했다. 동일 서류의 중복 제출도 해소했다. 이러한 노력은 지자체, 금융기관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레드테이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전자정부법'이다. '공공마이테이터'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일일이 보유기관에서 발급 받아 이용기관에 제출하던 방식에서 개인의 요청에 의해 개인정보 보유기관이 직접 개인정보 필요기관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수원시에서는 이를 활용한 '비대면 본인확인 전송서비스'와 '비대면 자격확인 서비스'를 통해 공공마이데이터와 신청접수 프로그램을 연계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입장료, 공공시설 사용료, 프로그램 참가비의 납부 업무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민간에서도 보험금 청구 절차 및 서류를 간소화하기 위해 오픈API(App Programming Interface)를 적용, 개인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있다. 
 
레드테이프는 제도나 시책의 개선과 더불어 권한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 과거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으려 할 때 레드테이프가 가장 큰 애로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R&D(연구개발) 자금 신청 서류를 10여종에서 2종으로 줄이도록 했다. 그는 장관이 된 이후에도 직접 나서서 산업기술개발사업의 신청 서류를 절반으로 줄였다. 이처럼 기관장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복잡한 절차를 개선하고 제출 서류를 줄이는 것을 그 어느 정책이나 사업보다 우선적인 임무로 여겨야 할 것이다. 
 
최근 범정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적극행정'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많은 실무 영역의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국민 애로를 타개하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레드테이프는 법과 제도에 근원을 두고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행태의 문제로 인해 종종 발생한다. 국민이나 고객의 고충을 해결해줘야 할 당사자들이 자신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써 레드테이프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해소 방법은 최고의사 결정권자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고, 여기에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실무자들의 적극적인 실천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가시적인 성과가 쉽게 나타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불필요한 규제 해소에 대한 국민과 중소기업의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의준 사단법인 한국키움경제포럼 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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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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