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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빌라 매입임대 '깜깜이 관리비' 논란
월세 30인데 관리비 10 넘어?그나마도 천차만별
SH공사 "가구마다 항목 달라 데이터 계량화 힘들어"
시민단체 "전 입주자 제출 내역만 봐도 데이터 산정 가능"
2021-07-19 06:00:00 2021-07-19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매임임대 입주를 고려하고 있는 사회초년생 A씨는 관리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질문을 올렸다. 그러나 빌라, 다세대·다가구 등 주택 유형은 물론 입지, 세대수, 엘리베이터·주차장 유무, 노후도에 따라 천차만별인 답변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직장인 B씨는 월 임대료 30만원짜리 매입임대 빌라에 살고 있다. 인근 시세 대비 반값에 가까운 임대료가 마음에 들었지만 10만원이 넘는 관리비 내역을 보고 허탈했다. B씨는 차라리 몇만원 더 보태, 매입임대 입주 전에 고민했던 월세 50만원, 관리비가 1만원이었던 상가 주택에서 일반 월세를 사는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SH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의 관리비 공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입임대 입주자들은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입주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관리비 폭탄으로 실제 내는 월세가 예상보다 많아지는 경우가 있어서다. 대규모 아파트에서 소규모 저층주거지로 변화하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 트렌드에 맞춰 관련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아파트 외 주택의 관리비는 입주 후 실제 거주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매입임대라 할지라도 아파트의 경우는 2014년 6월부터 47개 항목으로 세분화된 관리비 내역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대부분의 매입임대는 비아파트가 전부다.
 
SH공사 측은 비아파트 매입임대의 경우 관리비 산정 시스템을 갖추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파트는 평당(3.3㎡) 관리비가 정해진 반면, 빌라나 다세대·다가구의 경우는 대부분 소규모 주택인데다 관리비를 산정하는 주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산 등의 한계 때문에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아파트가 아닌 매입임대는 아파트와 달리 동네마다 소규모이고 집마다 면적이나 관리비 항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서울 전역에 2만4000가구의 매입임대가 있고 이를 관리하는 13개 센터가 있지만 담당자는 1~2명에 불과해 관리비 내역을 정리해 이를 데이터로 만들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매입임대의 관리비 데이터 관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주택들은 신축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 입주자들의 관리비 내역만 산출해도 예상 금액 산출이 가능한 것이다. 공급만큼 중요한게 세입자들에게 입주 조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매입임대 모집 공고문 상 예상 관리비는 오피스텔의 경우는 대략적으로 나오지만 다세대나 다가구에 관한 정보는 없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리비 데이터를 수집하는게 아니라 공급을 앞둔 주택들에 대한 데이터만 마련해도 일은 수월해진다”며 ”매입임대 공급이 수천가구씩 되는 것도 아니고 최근 1년간 관리비 납부 내역으로 예상 금액을 산정하는게 크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과거 관리비 비리 사건 등이 불거지며 아파트는 제도 개선이 된 반면 비아파트에 사는 계층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라며 “주민 중심의 권역별 협의체라도 마련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가구나 다세대 등 S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도 예상 관리비를 공개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저층주거지 일대.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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