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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보다 더 뛴 '밈 주식'…서학개미들도 몰렸다
'공매도 타도' 미국투자자 단체행동…AMC, 장중 126% 급등
국내 주식투자자 순매수 5위…게임스톱 등 원조 '밈 주식'도 35%대↑
2021-06-03 11:22:45 2021-06-03 11:33:21
[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게임스톱 사태 당시 주가가 폭등했던 '밈 주식'(Meme Stock) 중 하나인 미국 영화관 체인 AMC의 주가가 또 하루 만에 100%가까이 올랐다. 다른 밈 주식도 상승세를 보이며 게임스톱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열광한 기술주와 암호화폐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기술주인 테슬라(TSLA)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지난 한달간 8.7% 급락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보다 더 극심하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글로벌 규제 압박 등의 악재로 37% 폭락한 상태다.
 
'밈(Meme)'은 인터넷에서 모방을 통해 유행처럼 번지는 문화적 현상이나 그러한 콘텐츠를 말한다. 트위터나 인터넷 토론방인 레딧 등에서 회자하며 유행하는 종목들을 밈 주식이라고 부른다. 
 
2일(현지시간) 미국 영화관 운영 업체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AMC)는 전일 대비 95.22% 급등한 62.5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AMC 주가는 장중 한때 126% 이상 오르며 두 차례 5분씩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AMC 주가는 올 초(2.01달러) 대비 3012% 치솟았다. 
 
공매도 행태에 반발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토론방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등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AMC의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고 CNBC가 이날 보도했다. AMC의 주가는 작년 말 2.12달러에 불과했지만 개인들의 순매수 덕분에 현재 주가는 62.55달러까지 올랐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2850.47%로, 올 들어 약 30배 가까이 뛴 것이다.
 
레딧은 월스트리트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태에 반발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을 공격 매수하자는 토론이 이뤄진 곳으로, 올 초 기관과 개인간 전쟁 양상으로 번진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사태의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AMC 영화관을 나온 사람들. 사진/뉴시스
 
서학개미들도 '밈 주식'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AMC의 순매수 금액이 544만달러(약 60억원)이다. 전날 AMC는 순매수 상위 50위에도 들지 못했으나 이날 단숨에 순매수 상위 5위에 자리했다. 
 
이날 AMC뿐만 아니라 다른 밈 주식인 블랙베리와 베드베스&비욘드, 게임스톱도 급등세를 보였다.
 
블랙베리(BB)는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드 레딧의 주식 토론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회자하면서 전날인 14.80% 상승한 데 이어 이날 31.92% 뛰었다. 게임스톱(GME)도 13% 이상 급등했다. 베드베스&비욘드(BBBY)의 경우 62.11% 올랐다. 
 
'밈 주식' 열풍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세가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AMC 주주 중 개인 주주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지난 1월 게임스톱 사태 당시에도 AMC 등 밈 주식이 급등할 수 있었던 건 미국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만 공략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며 주가가 상승하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자 포지션 청산 차원에서 주식을 다시 사들이게 됐고 이에 주가 폭등을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밈 주식 종목들이 다시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밈 주식' 강세에 대해 "밈 주식 열풍이 다시 돌아왔다. 더 강력하게"라고 평가했다. 월가 전문가들도 "시장이 크게 망가진 상태"라며 경고에 나섰다. 
 
일각에선 이번 AMC 사태가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뱅크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똘똘 뭉치면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가격이 오를수록 차익을 얻고 빠지려는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순간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드 레딧의 주식 토론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 사진/월스트리트베츠 홈페이지 캡처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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