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주말끼면 최소 나흘 쉰다"…직장인들 백신휴가 '눈치게임'
민간기업, 이틀 백신휴가 도입…주말 앞둔 금요일 접종 기피 분위기…중소기업·일용직은 휴가 '언감생심'
2021-05-29 06:00:00 2021-05-29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 직장인 A씨는 금요일 당일 잔여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했지만, 해당 병원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했다. A씨 회사에서는 최대 이틀의 백신 휴가를 준다는 방침이지만, 금요일에 접종을 하면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 때문이다. A씨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백신 예약을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수요일에 백신 접종을 한다면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백신 휴가에 주말 이틀을 더해 나흘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잔여 백신 예약이 시작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백신 휴가 등을 권고하며 접종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이상 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백신 접종 이후 다음날 휴가 1일과 이상 반응 여부에 따라 추가로 1일을 더 부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상 반응에 따른 병가는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 요구 없이 접종자의 신청만으로도 휴가가 가능하다.
 
백신 접종 후 극심한 부작용 등이 없다면 백신 휴가는 직장인들에게 '공짜 휴가'나 마찬가지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차와 2차 접종의 휴가를 합치면 6일이 된다.1차 때는 통증이 심했지만 2차 때는 이상반응 없이 멀쩡해 제대로 쉬었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왕 휴가를 받는다면 평일이 낫지 않겠냐”며 “어차피 쉬는데 주말이 껴있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국내 대기업 중 삼성전자와 티몬, 국민은행, KT 등 몇몇은 최대 3일간의 유급 휴가를 주고 있다. 대체로 백신 접종 당일과 이상 반응이 발현할 때 이틀의 휴가를 더 주는 ‘1+2’ 방식이다. 이상 반응 병가를 위해서는 의사 소견이 필요하지 않다. 본인이 판단하는 기준에 100% 의존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잔여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직 백신 휴가를 도입하지 않은 대기업 직원들은 초조하다. 포스코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회사는 접종 당일만 외출이 허락되는데 우리 회사 대기업 맞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은 아직까지 백신 휴가에 대해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당수 백신 접종자들이 각종 통증 등 이상반응을 경험하는 만큼 백신 휴가를 '꼼수'로만 볼 순 없다. 백신 접종자들은 “백신 접종 이후 열이 올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두통을 느꼈다”,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며 이상 반응을 호소하고 있다.
 
백신 휴가를 두고 어느 요일에 고를지 ‘눈치게임’을 벌일 수 있는 직장도 그렇게 많지 않다. 백신 휴가를 도입했지만 접종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지역의 한 어린이집 교사인 B씨는 “원장 선생님이 금요일에 단체로 접종하라고 했다”면서 “백신 휴가가 있다고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C씨 역시 “쉬는 날 전에 맞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어차피 더 일해야 하는 동료를 생각하면 편하게 쉬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백신 휴가 도입에 소극적이다.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박미영씨(31)는 “얼마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도 내 연차를 사용해서 다녀왔다”고 했다. 교육 서비스 업체에 다니는 윤지양씨(28)도 “백신 휴가와 관련한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이 나오는 상황을 생각하면 접종 자체가 꺼려지기도 한다”고 했다.
 
백신 휴가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백신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관련 내용이 담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내달 중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법 시행은 공포 후 3개월 뒤에 이뤄지는 만큼 일러도 9월에나 백신 휴가 의무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27일부터 네이버·카카오를 통해 30세 이상 누구나 아스트라제네가(AZ) 잔여 백신을 당일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