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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이사장 만류에도…K-유니콘 이탈 가속화
몸값 높이는 미국 상장이 대세, 국내 자본시장 사이즈 늘려야
2021-05-27 06:00:00 2021-05-27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기업을 잡기 위한 고군분투에도 여전히 미국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기업의 미국 상장이 가능한데도 한국 시장에 상장하면 ‘배임’이라 할 정도로 미국 진출은 ‘붐’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숙박 어플(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상장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 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미국 나스닥으로 방향을 틀 경우 주관 증권사를 교체할 지, 공동 주관으로 선회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기업이 미국 시장으로 가는 이유로 몸값(기업가치 산정) 높이는 가장 빠른 수단이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첫 날 시가총액이 무려 100조원을 돌파했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만 45억5000만달러(5조16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쿠팡이 100조원대를 기록할 만큼 미국에서는 기업 가치를 높여 몸값을 측정하는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디스카운트를 받았을 것”이라며 “쿠팡이 국내에 왔을 경우 100조원을 받을 수 있었을 지 의문이며, 결국 기업은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VC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사이즈가 여전히 작다 보니 공모 규모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비교하면 국내 상장 시스템은 총체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거래소의 심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장은 상장 기업을 늘리기 위해 문을 넓히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심사 담당자들은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손병두 이사장은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심사방식을 도입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과정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 이사장은 상장 평가 시 기업의 과거 영업실적 등을 기반으로 판단하다 보니 실제 이익 실현까지 시간이 걸리는 성장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통 제조업보다는 바이오, 인터넷 등 미래 성장산업 기업 상장이 늘면서 맞춤형 심사 기준이 새롭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 문제도 여전히 과제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가운데 하나로서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여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간 미국 증시로 떠나는 기업을 막기위해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손 이사장은 국회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조만간 바람직한 합의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차등의결권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우량 기업이 상장해야 시장이 같이 커지는 것인데 유니콘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국내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유니콘 상장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한국거래소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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