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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외면한 크라우드펀딩, 시장 위축 가속화…발행 한도 증액도 지연
발행한도 증액, 법제처 심사 4개월째…업계 한숨
2021-05-18 06:00:00 2021-05-18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창업·벤처 기업의 자금줄인 크라우드펀딩의 시장 위축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시장과 공모주 시장이 ‘붐’인 가운데 투자 회수율과 장기 투자에 속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외면 받고 있어서다. 당초 발행한도가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증액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령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 크라우드 펀딩 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 초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발행 금액은 42억원으로 집계돼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작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증가 추세를 기록하다 2020년부터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2019년 발행금액은 390억원, 2020년에는 279억원으로 감소했다.
 
발행한도 추이. 자료/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
크라우드펀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창업 초기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증권(주식·채권)을 발행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지난 2016년 크라우드펀딩 출범과 함께 다수의 초기 기업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투자자들도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누릴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도와 2019년까지는 월 평균 일반투자자 수가 13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서부터 주식시장 호황과 비트코인 열풍에 투자자의 관심이 멀어졌다. 올해는 월별 투자자의 수가 500여명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투자자 없는 시장에 기업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당초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발행한도를 늘리고 초기 기업뿐만 아니라 중형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에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1억언이하, 1~3억원 이하의 모집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7억원 이상을 모집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당초 성장성이 높고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의 활용도가 제한돼 있다며 크라우드펀딩의 발행 한도를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는 방안도 올해 초 시행 예정이었으나, 법제처 심사 지연으로 중단된 상태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비트코인 열풍에 투자자들의 성향이 빠른 투자 성과로 집중되고 있다”면서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초기기업인 경우가 다수고 투자 회수까지도 장시간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행한도를 30억원으로 늘려 우수 기업의 발행도 늘어나야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면서 “초기 기업에는 VC(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으려고 하는 기업도 늘어나 크라우드펀딩이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빠르게 시행하려고 했지만, 현재 법제처 심사가 4개월 째 진행 중”이라면서 “정확한 시행 일정은 미정”이라고 언급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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