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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를 이렇게 설명했다
“1980년 5월 영화 촬영 중 뉴스로 5.18 봤다. 후에 실체 알고 충격”
“그들 단죄보단 죄 뉘우치고 반성할 계기되는 기회 되면 감사할 것”
2021-05-07 12:13:00 2021-05-07 12:13: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 칠순이 된 국민배우안성기는 얼마 전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데뷔 64년 동안 그 흔한 구설 한 번 없었다. 하지만 칠순을 맞이한 올해 초 갑작스레 건강 이상설에 휘말렸다. 위독하단 지인의 말을 대신 전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연예계에서 자기 관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건강 관리를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던 안성기의 이런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언론 홍보 전면에 나섰다. 그의 전매특허인 느린 말투는 여전했다. 건강 이상설 이후의 만남인지 조금 더 힘겨워 보이는 듯했지만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특유의 파안대소로 화답했다. 좋은 영화에는 이유를 묻지 않고 출연하는 게 소신이란 이 대배우의 연기 철학은 확고했다. 규모를 따지지 않고 블록버스터와 초저예산 영화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 중이다. 이번 아들의 이름으로에는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가해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완성도 면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는 안성기의 만족감은 단 번에 영화 출연 결심을 이끌어 냈다. 물론 현장에 자신보다 선배가 있었단 점도 안성기의 영화 출연 결정을 돕는 이유 중 하나였단다.
 
배우 안성기. 사진/(주)엣나인필름
 
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출연 배경에 대해 좋은 작품이란 타이틀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무엇보다 노개런티로 출연하게 된 점이 많이 알려진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며 손사래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데뷔 64년차 대배우가 가진 작품에 대한 소신이었다. 작품 제작비 규모 그리고 자신의 출연료에 좌우되는 출연 결정은 안성기란 이름 석자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노개런티에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죠. 애초에 제작비가 많이 않은 작품이었어요. 제가 뭘 받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었죠. 예전에도 좋종 노개런티로 출연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좋은 작품에 함께 힘을 보태서 완성시켜 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투자자란 타이틀은 너무 거창하고 함께 하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배우가 대우를 못 받는다고 좋은 작품을 외면하면 안 된단 개인적은 생각은 있어요.”
 
배우 안성기. 사진/(주)엣나인필름
 
안성기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배역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특수부대 진압군이다. 그는 과거 때문에 고통스럽고 고민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지칠 법도 한 배역이다. 하지만 진짜 놀라웠던 점은 칠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액션이었다. 과거에도 여러 영화에서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깜짝 노출을 감행하며 여전한 몸매를 과시했다.
 
뭐 예전 작품을 보면 간혹 제가 벗기는 했었네요(웃음). 이번에도 뭐 필요한 장면이라 샤워를 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평생 해오던 운동이고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한 건 없어요. 뭐 액션도 사실 그렇게 힘들고 강도가 높은 건 아니라서. 현장에서 이정국 감독이 허리 벨트를 풀러서 이렇게 하시고 이렇게 하시면이라고 코치 해주는 데로 따라 해 봤는데 액션이라고 불러 주시니 저야 너무 감사하죠(웃음)”
 
배우 안성기. 사진/(주)엣나인필름
 
사실 안성기는 5.18 관련 영화 출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개봉해 685만 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에서도 진압군 출신이지만 시민군 편에 선 박흥수를 연기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5.18을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한 그 시절을 살아온 세대다. 당시 그는 29세로 한참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TV뉴스 그리고 신문으로 광주에서 큰 사고가 벌어졌단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정부가 꾸며낸 거짓 뉴스였다. 후에 당시 자신이 접했던 보도가 모두 가짜였던 것을 알고 참담함을 금치 못했었단다.
 
“1980 5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이란 영화를 촬영 중이었어요. 광주에서 어떤 큰 일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보게 됐었죠. 사실 그때는 그랬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촬영에만 집중했어요. 별일이 있겠나 싶었던 거죠. 그런데 정말 한 참 시간이 흐른 뒤 외신을 통해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진짜가 밝혀진 거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죄송했고 너무 참담했어요. 그 마음에 이번 영화 출연으로 절 움직이는 데 분명히 작용도 했다고 믿습니다.”
 
배우 안성기. 사진/(주)엣나인필름
 
영화에선 안성기가 연기한 오채근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직접적인 응징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등장한 바 없는, 어떻게 보면 가장 화끈하고 직접적인 표현이다. 이에 대해 실제 5.18을 언론 보도로 접하고 또 언론 보도가 잘못된 거짓 뉴스를 전했던 사실 등을 모두 경험했으며 또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그린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안성기의 개인적 견해가 궁금했다.
 
우리 모든 국민이 5.18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또 감사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들의 이름으로가 어떤 반성의 계기를 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여깁니다. 개인적으로 그들을 단죄하는 것도 원하는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죠. 하지만 행동으로 단죄를 하는 것보단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죄를 알게 되고 뉘우치고 또 반성을 하는 기회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배우 안성기. 사진/(주)엣나인필름
 
올해로 데뷔 64년을 맞이한 그는 국민 배우란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고 또 그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해도 될 것처럼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칠순을 맞이한 올해에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차기작으론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그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예정돼 있다. 또한 이 작품 개봉에 앞서 또 한 편의 저예산 영화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딸과 늙은 아버지의 얘기를 그린 작품이란다.
 
자세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치매에 걸린 딸과 늙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그린 작은 영화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아주 좋은 영화이고 상당히 탄탄한 시나리오가 눈에 띄었죠. 좋은 영화 한 편이 나올 것 같아요. 제가 규모가 큰 영화와 작은 영화에 번 걸아 출연하면서 어떤 의무감을 지닌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세요. 어느 정도는 그런 게 있죠. 하지만 저한테도 출연 조건의 최우선은 작품의 완성도 입니다. ‘아들의 이름으로처럼 탄탄한 작품이라면 조건은 큰 의미가 아닙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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