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바라보며
2021-03-23 06:00:00 2021-03-23 06:00:00
지난 11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에 태극기와 함께 쿠팡의 대형 로켓 로고와 '상거래의 미래(The future of commerce)'라고 적힌 현수막이 매달렸다. 상장하자마자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를 제치고 쿠팡은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됐다. 어떻게 2010년 창업한 11년차 스타트업 쿠팡은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쿠팡은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만년 적자 기업이기도 하다. 매출은 2015년 1조원,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20년에는 13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손실은 2018년 1조원 이상이었다가 2020년에는 5000억원 수준이다. 쿠팡이 만년 적자인 점은 아마존과 닮았다.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 역시 2002년까지 18년간 적자 기업이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가치 평가 방식은 전통적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전통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을 사용한다. 주가 총액과 기업의 수익과의 비율을 계산해 PER가 10 이상이면 주가가 높은 수준으로 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기업의 경우에는 PER가 50, 100 이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PER가 1000 이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쿠팡은 적자를 기록했으니 PER를 따지는 것이 당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마존, 쿠팡과 같이 매출과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주가매출비율(PSR, Price Revenue Ratio)'을 사용한다. 쿠팡이 올해 매출을 20조원 한다면 100조원 시가총액을 나눈 PSR은 5가 되겠다. 참고로 아마존의 PSR은 3.5, 중국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PSR은 5이다. 
 
왜 적자를 보고 있는 전자상거래 온라인 플랫폼에 이런 후한 가치평가를 할까?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네트워크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플랫폼은 여러 공급자와 수요자 집단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이때 참여하는 두 그룹의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에서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급증하게 된다. 
 
UC 버클리의 샤피로, 베리안 교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상황에서는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해도 치열한 격전지에 있다고 판단되면 승리를 위해서는 수익 창출보다 이용자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택된 제품 및 서비스에서 사용하고 있던 콘텐츠를 다른 제품 및 서비스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환비용 (switching cost)이 커지고 이때 이용자들은 기존 제품 및 서비스에 묶이게 되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7%, 56%인데 비해 쿠팡은 15% 수준이므로 당분간 쿠팡은 수익성 보다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확대해 로켓배송을 하고, 배달 서비스인 쿠팡 이츠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인 쿠팡플레이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고객 기반을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월 2900원인 로켓와우 회원이라면 추가 결제 없이 쿠팡플레이를 시청할 수 있는데 이는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콘텐츠는 처음 구축할 때 비용이 크고 추가 사용자 유입으로 인한 한계비용은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런 가격 정책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경영 전략적 차원 외에도 이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역사도 짧고 부족한 점도 많다. 하지만 한국의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몇년 전 내비게이션앱 김기사가 카카오에 약 600억원에 팔렸고 재작년에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이 2300억 원에 미국 회사에 인수됐다. 작년에는 배달의 민족앱이 독일 회사에 약 5조원 규모로 인수됐으며 최근에는 비디오채팅앱 아자르가 약 2조원 가까운 가치평가를 받으며 미국 회사에 인수됐다. 이번 쿠팡 미국 상장을 통해 더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전세계 한류 인기를 이어 앞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중흥기가 오기를 기대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벤처창업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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