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팻 메시니, 45년 만에 실내악 기타 앙상블 앨범
세계 최정상 클래식 기타리스트들과 합작
42현 피카소 기타가 생성하는 '광대한 음의 파도'
입력 : 2021-03-09 14:19:59 수정 : 2021-03-09 15:29:5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래미 상을 20번이나 들어올린,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 거장' 팻 메시니(67)가 클래시컬 성향의 실내악 기타 앙상블 앨범을 내놨다. 그간 클래식 기타 독주 곡들<'Unquity Road(1976)' , 'Hermitage(1979)'>을 간간히 만들어온 적은 있으나, 세계 최정상 클래식 기타리스트들과 합작한 앙상블 앨범은 1976년 데뷔 이래 45년 만에 최초다.
 
5일 전 세계 동시 발표된 'Road to the Sun'은 두개의 조곡 파트('Four Pahts of Light', 'Road to the Sun')와 아르로 파르트의 곡 'For Alina'를 리메이크한 트랙으로 구성됐다.
 
두개의 조곡 파트에서 메시니는 연주 대신 작곡과 프로듀싱에만 참여했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조곡 'Four Pahts of Light'는 그래미 수상 경력의 클래식컬 기타리스트 제이슨 비아우가 연주에 참여했다. 비아우는 2005년 커버 앨범 'Images of Metheny'을 냈을 정도로, 메시니의 오랜 팬임을 자처해온 연주자다.
 
팻 메시니 'Road to the Sun' 커버. 사진/애플뮤직
 
정교한 기타 터치와 메시니에 대한 비아우의 해석력은 본작에서도 두드러진다. 
 
담대한 스트링 세례로 포문을 여는 파트 원은, 부드러운 베이스 리듬과 뒤섞여 난장을 이룬다.
 
파트 투에서는 다소 느려지는 기타 스트럼이 간헐적 멈춤 구간과의 반복 속에서, 화성을 점층적으로 쌓아올린다. 다시 멜로디의 물살을 이루는 파트 쓰리는 진정되면서 페이드아웃되는 파트 포로 마무리된다.
 
특히 파트 포는 스페인의 기타 연주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Recuerdos de la Alhambr' 악곡을 빌려온 작품이다.
 
다만, 기타의 높은 음으로 만들어내는 우아한 트레몰론도 멜로디(음이나 화음을 빨리 규칙적으로 떨리는 듯이 되풀이하는 주법)나 아르페지오 스타일로 피거링하며 이동하는 베이스는, 타레가의 이름을 잠시 지운 뒤 메시니의 이름을 새겨 넣을 정도로 새롭다.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조곡 'Road to the Sun'은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계열에서 명망 높은 LA 기타 쿼르텟과 베트남계 미국인 트럼펫터 쿠옹 부가 연주에 참여했다.
 
LA 기타 쿼르텟은 1980년대 조직 이후 한 차례의 소폭 멤버 변동만 거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된 조곡은 전체적으로 깨끗한 선율이 유려하게 흐르는 기타 연주곡들이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격렬한 리듬 사위, 치밀한 변주는 '메스니의 음악 인장'을 대번에 떠오르게 한다.
 
두 조곡과 달리 마지막 트랙 'For Alina'는 메시니가 직접 연주했다. 거장은 42현 피카소 기타로 광대한 음의 파도를 생성한다. 피카소의 입체 그림이 소리로 환생한 듯한 느낌. 빈 공간을 울리며 점층적으로 진폭하는 공명이 8분 내내 귓속을 타고 뇌내 신경세포를 뒤흔든다.
 
흔히 복잡한 화성과 기교, 수없는 멜로디의 변주를 두고 재즈 기타와 클래식 기타는 접합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클래식 기타 만의 톤이나 조성적 어려움에, 벽에 부딪혀온 인류사의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있었다. 브라질 재즈 기타리스트 에그베르토 지스몬티나 에르메투 파스쿠알 같은 작곡가 정도가 메시니에 앞선 거의 유일한 연주자들이다.
 
팻 메시니. 사진/위키피디아
 
1976년 솔로로 데뷔한 메시니는 70년대 후반엔 ECM에서 앨범을 발표하며 주목 받던 신예 기타리스트였다. 이후 키보디스트 라일 메이즈, 베이시스트 스티브 로드비를 만나 '팻 메시니 그룹' 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기타와 다양한 건반, 퍼커션, 보컬까지 더해진 그룹 사운드는 이전에 없던 '뉴 재즈 사운드'를 창조했다고 평가받는다.
 
대표곡 ‘Are You Going With Me’,‘James’ 등이 수록된 'Offramp'는 대표 명반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재즈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 주도로 이 명반을 실연하는 국내 최초 헌정 연주회도 열렸다.
 
80년대 후반부터는 라틴·월드뮤직으로 음악적 보폭을 확장했다. 팝부터 프리 재즈, 클래식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음악적 스타일로 지난해 기준 20개의 그래미 상을 수상한 살아있는 '레전드(전설)'다.
 
이 전설의 신보 'Road to the Sun'를 국내에서 흔히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 앨범은 메시니가 최근 20여년 간 몸 담고 있던 워너 산하 논서치 레이블을 떠나, BMG 산하 레이블 모던레코딩으로 이적 뒤 나왔다.
 
국내의 정식 유통업체가 없는 상황이라 앨범 수입도 음원 서비스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를 제외한, 국내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 대부분에서는 음원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피카소 기타를 연주하는 팻 메스니.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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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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