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국토교통부의 현대차 코나 전기차(EV) 배터리 화재 관련 배상금 비율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코나 EV에 배터리를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 안팎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나 EV. 사진/현대차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국내에서 판매된 코나 EV의 배터리 화재 관련 배상금 분담비율과 교체 방안 등이 담긴 리콜조치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리콜 대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상 차량은 2만5000대에서 3만대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당 배터리 교체 비용이 수천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전량 리콜시 총 배상금 비용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코나 EV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11건, 해외에서 4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화재와 함께 배터리가 대부분 전소되면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대구시 달서구 택시회사 앞 전기차 급속충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코나 EV 차량은 전소되지 않아 구체적인 원인과 배상 비율 등에 대한 윤곽이 상당 부분 드러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코나 EV에 배터리를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나 EV 화재에 LG에너지솔루션의 과실이 절대적인 것으로 결론날 경우, 해외에서도 LG 배터리 탑재 전기차 화재 관련 배상 요구나 소송이 줄지어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 집행 뿐아니라 향후 수주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반드시 피하고 싶은 악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한 미국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LG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공익적인 구실을 들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관망하면서 내심 앞으로의 정세를 낙관하는 모습이다. ITC의 판결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아니라 증거인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제시하는 합의금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사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60일 이내 항소의 옵션이 있고, 미국 내 생산활동도 최소 2년은 보장됐기 때문에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송이 길어질수록 양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K배터리'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전체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의 CATL은 지난해 비중국 지역에서의 공급량도 전년비 20배가 넘는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 센터장 등을 지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소송전 사태가 장기화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다 패자가 될 것"이라며 "K-배터리 하면 우리나라 배터리가 우주 최고인양 떠드는 사이에 이미 중국은 잠수함처럼 우리를 앞질러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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