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로 독트린' 군사행동으로 옮겼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미국, '마두로 체포·압송' 파문
2026-01-06 06:00:00 2026-01-06 06:00:00
미국 <AP통신>은 지난해 10월29일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조종사를 포섭해 마두로를 배신하도록 유도하려 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 4월, 마두로의 전용기를 원래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빼돌려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하는 공작을 시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이 공작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상공에 포착된 미군 헬리콥터. (사진=연합뉴스)
 
공작 요원의 실명을 비롯해 세세한 공작 내용을 담은 이 단독 기사는 당시는 냉전시대 첩보영화를 떠올리게 했을 뿐 팩트로는 '확정'되지 않고 묻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결국 지난 3일(현지시간) 새벽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 미국으로 압송했다. 전용기를 납치하는 자잘한(?) 공작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안방에 쳐들어가서 산 채로 잡아 와버린 것이다. 트럼프의 '절대적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 명령이 떨어진 지 4시간43분 만에,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카라카스에 진입한 지 불과 2시간28분 만이었다.
 
'마두로 전용기 납치' 계획을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처음 시작했고, 공화당 트럼프 정부가 이어받았다는 대목은 주목해서 봐야만 할 지점이다. 당파와 관계없이, 또 바이든과 트럼프가 극도로 적대적인 것과 관계없이 미국이 서반구 즉, 아메리카 대륙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바이든 정부였더라도 이렇게 대놓고 국제법을 유린했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두로 제거'라는 본질적 목표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12월 NSS "필요시 치명적 무력 사용"…베네수엘라 침공 예고
 
'마두로 체포·압송'을 보면서 지난 12월5일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최상위 종합 전략 지침서인 NSS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안보와 반영이 가능하려면 서반구(미주 대륙)에서 미국의 확실한 우위가 선결 조건"이라며 '서반구'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지역 전략을 설명하는 순서에서도 서반구를 맨 앞에 놓으면서, 아예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The Trump Corollary to the Monroe Doctrine)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국 건국 초기인 1823년, 그러니까 200년 전에 나온 '먼로 독트린'(1823년)을 소환해 "미주 대륙에서의 우월성을 회복하고 우리 국토와 이 지역 전역의 주요 지리적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시행하겠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이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도널드 트럼프의 먼로 독트린)이라고 불러오던 것을 트럼프가 직접 ‘공인’한 것이다.(관련 기사: <트럼프의 '돈로독트린', 서반구는 폭풍 속으로>, 2025.11.21.)
 
NSS는 이어 "미국은 미주 대륙에서의 군사적 존재를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네 가지 명백한 조치' 중 세 번째로 "카르텔을 무력화하기 위한 타겟팅 배치, 필요시 치명적 무력 사용(the use of lethal force)을 포함하여 지난 수십 년간 실패한 법 집행 중심 전략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베네수엘라 침공을 예고한 것이다. 네 번째 조치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대한 접근권 확보 또는 확대"도 트럼프가 '마두로 압송'을 알린 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권 이양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과 그대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돈로'라고 부른다"면서 "수십 년간 미국의 전임 행정부들은 서반구에서 커져가는 안보 위협을 방치했지만 이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돈로 독트린'을 군사적으로 현실화했다는 자랑이다. 
 
트럼프 정부는 마두로가 마약 밀매 조직 '태양의 카르텔'의 수괴로, 수십만 명의 미국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약 밀매의 배후라는 명목으로 그를 체포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3일자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불법적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설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 내 최근 과다 복용 유행을 주도한 펜타닐이나 기타 마약의 의미 있는 생산국이 아니며, 베네수엘라가 생산하는 코카인은 대부분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다"며 "온두라스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광범위한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를 최근 트럼프가 사면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사실 마약 문제는 미국이 중·남미를 관리해온 오랜 카드 중 하나다. 조지 HW 부시 정부가 파나마를 침공해 1990년에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압송한 뒤 미국 법정에 세운 혐의도 마약 밀매였다. 공교롭게도 마두로는 노리에가처럼 1월3일에 미국에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 해군 이오지마함에 탑승 중이다"라며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외교 정책의 '푸틴화'"…중·러는 베네수엘라 침공 어떻게 인식할까
 
영국 <가디언>은 "미국 외교 정책의 '푸틴화'가 베네수엘라에 도달했다"고 비판하면서 트럼프가 "19세기 제국주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무기는 21세기형"이라고 짚었다. '19세기식 제국주의자' 트럼프의 완력 행사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그는 콜롬비아에서도 작전을 할 거냐는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보면서, 러시아의 푸틴은 자신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면죄부가 나왔다고 반색하지 않을까? 이제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말에 대규모로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벌인 중국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극히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고 트럼프를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5월 "Trump's Vision: One World, Three Powers?"(트럼프의 비전: 하나의 세계, 3대 강국) 기사에서 "트럼프가 소위 3대 강대국, 즉 미국, 중국, 러시아가 지구상에서 각자의 지역을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세계는 확실히 19세기식 강대국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정치'로 가고 있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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