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발목 잡은 '준법감시위'…재판부 "실효성 부족"
"총수도 무서워 할 정도로…" 주문했지만 '종이호랑이' 수준
"앞으로 발생할 범죄 대책 미흡…컨트롤 타워 조직 감시 방안도 없어"
입력 : 2021-01-18 17:20:47 수정 : 2021-01-18 18:23:4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 사유에 넣지 않은 이유는 ‘실효성 부족’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마필 라우싱 몰수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새로운 삼성 준법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의 진정성은 인정하지만, 재판부가 요구해온 재발방지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새 준법감시체제가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 행위를 선제적으로 감시하지 못해 실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효적 준법감시는 법적 위험 평가로부터 시작되는데, 새 준법위는 일상적 준법감시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 행위 유형에 따른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선제적 감시활동을 하는데 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위와 협약을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며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허위 용역계약 방식을 독립된 법적 위험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후 진술에서 삼성을 가장 투명하고 도덕적인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점, 재판 과정에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해 준법경영 의지를 보여준 점이 진정성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비록 실효성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의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준법위는 재판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2019년 10월 첫 공판기일 부터 재판부가 총수도 두려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 체제를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준법위 출범으로 대답했다. 이에 특검이 두 차례 재판장 기피를 신청했지만 줄줄이 기각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 뇌물 혐의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을 결정했다.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대법원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에 도움 받을 목적으로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로 제공하고, 허위 용역계약으로 범행을 은폐한 뒤 국회에서 위증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횡령·뇌물액인 86억8081만원은 최씨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금 70억5281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액 16억28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승마 지원금은 최씨 소유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원과 마필과 차량 비용 34억1797만원으로 나뉜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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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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