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A씨(40)는 10여년 전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을 올해 하반기 출시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아 보험료가 아까운 생각이 드는 와중에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서 새로 출시될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해 이득이라는 문구가 종종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 당시만해도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이 올라간다며 서두르라던 설계사의 말이 뇌리에 스치면서 A씨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오는 7월 보험료를 차등 적용한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가 예고되면서 상품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은 과거의 상품일수록 보장이 높기 때문에 당장의 보험료 인하효과를 노리기 보다는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한 4세대 실손보험이 오는 7월 출시될 예정이다. 과잉 진료,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으로 구실손보험(표준화 이전) 대비 보험료가 최대 70%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준화 실손 대비 약 50%, 신실손 대비 약 10% 저렴하다.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보장범위와 한도는 기존과 유사하지만 보험료 부담은 기존 상품 대비 대폭 낮췄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보험사는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낮출 수 있고 가입자는 보험료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윈윈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 대비 보장성이 낮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들은 보험료만 보고 섣부른 갈아타기에 주의해야 한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해진 대신 자기부담금이 확대되고 비급여항목의 지원이 약해졌다.
우선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구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 △신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 판매)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은 오래된 상품일수록 보장성이 좋다. 구실손보험 보장성이 가장 좋다는 의미다.
4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급여 20%, 비급여 30% 수준으로 늘어난다. 구실손보험은 보험사마다 어느 정도 상품이 상이하지만 자기부담금이 없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가령 입원을 통해 비급여 치료비가 100만원이 나왔다면 구실손보험의 경우 치료비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약 70만원만 보장이 가능한 것이다. 보장 내용은 표준화실손보험부터 동일해졌다. 표준화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 10%~20% 수준으로 4세대 실손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량 낮다.
통원 공제금액도 차이가 크다. 4세대 실손보험의 통원 공제금액은 비급여 3만원이다. 구실손보험의 경우 5000원, 표준화실손은 병원 규모별로 1~2만원 수준이다. 연간 입원 최대 한도도 구실손보험은 최대 1억원에 달하는 반면 4세대 실손보험은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다. 또 구실손보험은 주계약이 급여치료와 비급여치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치료가 특약으로 분리된다.
보험료 변경 주기도 구 실손보험은 5년마다 갱신되지만 4세대실손보험은 1년마다 갱신된다. 구실손보험은 재가입주기도 없다. 표준화실손, 신실손보험은 재가입주기가 15년, 4세대실손보험은 5년으로 책정됐다. 재가입때에는 해당 년도에 변경된 약관으로 다시 가입을 해야되기 때문에 기존 대비 보장성이 떨어질 확률도 크다.
4세대 실손보험의 장점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9년 전후에 판매됐던 적립대체형 상품 가입자라면 보험료 인상 요인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단독으로 나오기 전에는 일반 건강보험의 특약 형태로 판매가 됐는데, 여기에 적립 보험료를 붙여서 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면서 "모든 상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립보험료를 보험료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적립된 규모에 따라서 보험료 인상을 늦출 수 있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을 자주 안 가고 현재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라면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하지만 보장범위가 좋은 상품을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대체적으로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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