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 경기 한파 속에서도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 금액이 오히려 줄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차주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하면서 부실채권이 우량채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오는 3월 종료되는 유예 조치가 또다시 연장될 경우 부실이 이연돼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1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저축은행 기업대출 연체채권 매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1~10월) 월평균 부실채권 매각건수는 1258건을 기록했다. 전년 매각건수(1507건) 대비 16.5% 하락했다. 지난해 통계에서 11, 12월분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작지 않다.
매각건수가 줄어들면서 매각 채권금액 규모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각이 이뤄진 채권금액은 월평균 506억원으로 전년(561억원) 대비 9.8% 감소했다. 해당 채권들의 실제 매각가도 193억원으로, 전년(246억원)보다 21.5% 하락했다.
이처럼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감소한 건 정부가 코로나 취약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단행한 탓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소 6개월간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3월말까지 유예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했다. 이에 1년 가까이 원금과 이자 상환이 중단되면서 부실채권이 우량채권으로 둔갑됐고, 부실 채권 매각액도 그에 상응해 축소됐다.
소상공인이 집중적으로 포진된 업종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1~10월 '도매 및 소매업'의 부실채권 매각건수는 2547건으로, 전년 한해(3889건)보다 1342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부실채권 매각건수도 1157건 줄었다. 두 업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제조업 353건 △건설업 52건 △금융 및 보험업 430건 △부동산업 182건 △기타 1994건 등의 매각건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도매 및 소매업'의 매각 채권금액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 '도매 및 소매업'은 매각 채권금액은 509억원으로 전년 한해(708억원) 대비 199억원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매각 채권액은 지난해 509억원으로 전년(457억원)보다 70억원 소폭 늘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축소될 경우 추후 부실 위험이 급증할 수 잇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채권이 매각이 바로 안 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부실 채권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정부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영향이 일정 반영됐다"며 "유예 조치가 끝나면 일제히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민간 금융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