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부실·방만 '얼룩'…법조인 뽑는 시험이 법정으로
시험용 법전 줄긋기 허용 논란…강의자료 유사 문제 출제 의혹도
입력 : 2021-01-13 03:00:00 수정 : 2021-01-13 03: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시작부터 논란에 빠졌던 10회 변호사시험이 모든 절차가 종료된 뒤 현재까지도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응시 자격과 시험용 법전의 줄긋기 허용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문제 중 일부가 수업자료로 사용된 것도 확인됐다. 이들 내용에 대한 고발도 진행되면서 앞으로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제10회 변호사시험 시행과 관련한 응시자 유의사항으로 감염병 의심자 중 보건 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사람에 대해 관할 보건소와 협의 후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하도록 사전 신청을 받았다. 응시자 유의사항에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A씨 등은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공고가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본안 사건 판단 전까지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 하루 전인 지난 4일 A씨 등이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감염 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한데도 확진자나 고위험자, 응시 사전신청을 하지 못한 자가격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잃게 될 경우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같은 날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에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자, 고위험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므로 응시자들은 차질 없이 응시해 주시기 바란다. 현재까지 응시자 중 확진자, 자가격리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 확진자나 의심 증상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변호사시험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시험용 법전에 줄긋기 허용 여부가 고사장별로 다르게 안내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기존에는 변호사시험이 진행되는 나흘 동안 시험용 법전을 매시간 회수한 후 무작위로 다시 배포하는 등 공용 사용에 따라 다른 사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법전에 줄긋기를 금지했다. 이와 달리 이번 시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험장 방역 강화로 응시자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전에 최초 사용자의 이름을 기재하고, 나흘 동안 같은 응시생이 사용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줄긋기가 허용된다는 내용을 변호사시험 2일차 다음 날인 지난 7일에서야 전 응시생에게 안내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전에 통일된 수칙 전달과 이행이 원활하지 않아 응시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널리 양해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예정자를 포함한 이번 변호사시험 응시생 6명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수진 법조인력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은 변호사시험을 공정하게 치러야 할 직무상 의무, 응시자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 변호사시험 응시자에게 필요한 준비사항 등을 최소 5일 전까지 공고해야 할 의무, 시험관리관 근무요령을 준수하지 않은 감독관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직무상 의무를 지는 자들인데, 이러한 직무상 의무를 명백히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시험 휴식일인 지난 7일에는 1일차 문제 일부가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모의시험 문제와 유사한 구조로 출제됐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법무부 조사 결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B교수가 지난 2019년도에 법무부에 문제은행을 출제했는데, 이후 B교수가 2020년도 2학기 강의 시간에 해당 문제은행을 변형한 자료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문제은행 출제 시 B교수로부터 "출제한 문제와 동일 또는 유사하거나 일부 내용만을 수정한 문제의 수험잡지·고시신문 기고 또는 학교와 학원의 특강·모의시험·학교시험 등에의 출제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문제 출제 시 전국 25개 모든 법학전문대학원의 중간, 기말고사 문제를 제출받아 중복되는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수업 시간에 사용된 자료란 이유로 해당 강의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학계, 실무계로부터 해당 법학전문대학원의 강의자료와 제10회 변호사시험 행정법 기록형 문제의 유사성 여부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이후 합격자 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이를 상정해 그 심의 결과에 따라 변호사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 11일 B교수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은 공무수탁관계에 있는 수탁자 변호사시험 출제위원들을 위계로서 기망해 공무원인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자의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는 변호사시험 출제 공무를 현실적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시험장이 마련된 서울 연세대 백양관으로 응시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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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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