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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시대 임박)①"증시 거품 아니다"…새해도 상승기류 지속
코스피 PER 13배 사상 최대…미래 성장성 감안해 가치 평가해야…"단기 조정땐 매수 타이밍"
2021-01-04 06:00:00 2021-01-04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면서 2800선에 안착한 코스피 지수는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초 코스피 전망치를 300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거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각 나라의 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을 감안하면 상승 랠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4차 산업혁명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산업 사이클 변화를 반영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2020년 코스피 예상밴드를 이전 2700~2800대에서 3000 이상으로 줄줄이 올려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당초 2100∼2700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말 3150∼3200으로 상향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도 2100∼2700로 제시했다가 2100∼3000으로 높였다. KB증권의 경우 내년도 코스피 타깃을 3200포인트로 수정 제시했다.
 
중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하지만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해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다. 한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PER이 2000년 이후 평균 9.3배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로 나눈 수치로, PER이 높으면 주식가격이 고평가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반대로 낮으면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코스피 종목 중 과매수 영역에 진입한 종목 비중도 15%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밸류에이션 측정에 PER 지표를 절대적 잣대로 삼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PER이 '높다'는 판단의 근거는 단순히 과거 고점 수치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느 정도까지 PER이 높아졌을 때 조정을 받고 부담을 느꼈는지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라며 "대체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증시 호황기 때의 PER과 비교가 이뤄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국가의 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을 감안하면 상승 랠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과열 우려에 대해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반대로 그동안 반영되지 못했던 혹은 억눌렸던 펀더멘털 개선, 유동성(외국인) 정상화 흐름이 빠르게 투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오버슈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지표로 본다면 코스피 전체 구성종목 중 과열권에 진입한 종목이 전체의 14% 수준으로 단기 과열권에 근접하고 있어 단기 조정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지만, 팔아야 할 조정이 아닌 사야 할 조정으로 본다"고 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한국 이익 개선세는 주요국 대비 우수한 반면 PER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13배 초반의 현 밸류에이션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김승환 유화증권 연구원 역시 "이머징마켓 대비 한국증시의 밸류 레벨은 상대적으로 과거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향후 백신 보급과 글로벌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 속에 미국과 한국증시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완화시킨다"고 분석했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또한 PER과 주당순자산가치(PBR)과 같은 지표들을 IT, 바이오 등 미래 잠재적 가치를 지닌 기업 비중이 커져가는 최근의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승빈 연구원은 "향후 실적 전망을 주가로 나눈 것이 PER인데, 업종이나 개별 기업들이 갖고 있는 사업 특성이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측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직접 비교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당순자산가치(PBR)에 대해서도 주식을 사들일 때 어떤 종목이 덜 올랐는지는 참고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과열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PBR은 장부가치 대비 주가를 측정하는 지표로, 유형의 자산(공장, 토지 등)은 평가하기 쉬운 반면 무형자산의 가치(특허권, 브랜드 경쟁력, R&D 기술력 등)를 평가하는 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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