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퓨전국악 ‘세계로 세계로’…2020년 대중음악 연말 결산
한국 대중가수 최초 그래미 후보 지명된 방탄소년단
세이수미, 새소년, 이날치…해외 향하는 ‘작은 돌풍들’
키워드 10개로 돌아본 올해의 대중음악계②
입력 : 2020-12-29 16:50:48 수정 : 2020-12-29 16:50:4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가19란 초유의 사태가 대중음악 시장 전체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린 해였다. 
 
같은 공간에서 대중과 밀착 소통해야하는 대중음악, 공연 시장은 그 어떤 영역보다 취약했다. 3월 ‘글로벌 팬데믹’ 선언으로 지구상 거의 모든 음악 부문에선 ‘대면’이란 용어 자체가 서서히 종말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방식들이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확장현실(XR) 등 첨단기술을 덧대면서 온라인 공연은 점차 치밀한 형태로 진화해갔다. 초기 ‘소셜 파워’가 큰 K팝 아이돌이 주도하던 흐름이 나훈아, 인디신 등 전 세대, 전 장르로 퍼져갔다. 해외에선 라디오헤드가 팬데믹과 ‘사투’의 의미로 미공개 영상을 매주 올리는가 하면 온라인 버전의 ‘21세기 라이브 에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12월28일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 ‘코로나 블랙홀’에 빠지다…2020년 대중음악 연말 결산]
 
코로나가 거의 모든 이슈를 잠식했지만, 국내에선 음악사의 굵은 발자취도 여럿 있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37년 만에, ‘어떤날’의 조동익이 26년 만에 각각 솔로 앨범을 냈다.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는 생의 마지막 앨범을 내놨다. 고 김현식의 30주기,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의 데뷔 25주년도 모두 올해 있었다. 재즈 쪽에서는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박성연이 타계하는 아픔도 있었다.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의 기록을 여럿 세웠다. ‘빌보드 100’ 1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뮤직어워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공연이 취소된 혁오, 세이수미, 새소년, 넬 등 한국 대표 밴드들은 국내 스튜디오에 박혀 다시 비상할 준비를 했다.이날치, 고래야 등 국악과 밴드 음악을 접목시킨 여러 팀들도 부상하기 시작했다. 
 
2020년, 대중음악계 소식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 분석해본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비대면 공연 플랫폼 '캐스퍼라이브'로 공개한 옥상달빛 숲속 콘서트. 사진/유튜브 캡처
 
숲속 공연, 논스톱 라이브…참신한 기획이 뜬다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사라진 2020년. 참신한 기획력을 앞세운, 눈에 띄는 비대면 공연들도 여럿 있었다. 특히 중소 레이블을 중심으로 대형기획사 만큼 현란하진 않아도 개성이 묻어나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유튜브 채널 ‘캐스퍼라이브’에 비대면 공연 영상을 기획 제작해 업로드하는 ‘어나더플레이스(AP)’ 카테고리를 열었다. 10월 옥상달빛의 숲속 공연을 시작으로 특색 있는 장소에서 연 비대면 공연 영상을 차례로 올리고 있다. 
 
홍대 인디 음악 축제 ‘잔다리페스타’는 공연 플랫폼 서비스 ‘프레젠티드 라이브’와 손잡고 50시간 논스톱으로 공연을 상영했다. 미리 찍어둔 국내 30팀과 해외 28팀의 라이브 영상을 교차로 배치하고 라이브 토크쇼로 현장감을 살렸다. 축제 기간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등 해외 유수의 기획자들이 화상채팅앱 ‘줌’으로 카메라 앞으로 맥주잔을 들이밀며 대화를 나눴다. 
 
‘가황’ 나훈아는 총 4부작으로 나눠 진행한 비대면 공연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참신한 기획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대 위 대형 배를 몰고 등장하는가 하면 민소매에 찢어진 청바지로 날아다니며.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 마음을 어루만진 공연은 29.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막강한 소셜 파워을 업고 아이돌이 주도하던 비대면 공연 흐름은 이제 참신한 기획의 전 장르,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영국 런던의 ‘비틀스 스튜디오’로 유명한 애비로드에선 샘 스미스가 라이브를 꾸려 화제가 됐다. 두아 리파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디스코시대를 연상케하는 미술 장치와 의상으로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음악, 비대면 공연 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이 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샘 스미스 정규 3집 ‘Love Goes’ 발매를 기념해 런던 애비로드에서 열린 실시간 온라인 음악감상회(Live At Abbey Road Studios).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귀환한 ‘전설들’…한대수, 김창완, 조동익
 
올해는 유독 긴 기다림의 시간을 깨고 온 ‘음악 전설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듀오 ‘어떤날’ 출신인 조동익은 올해 26년 만에 솔로 정규 2집 ‘blue pillow’를 냈다. 한국 포크계 대부 조동진의 동생이자 84년 이병우와 프로젝트 그룹 어떤날을 결성한 인물. 조동진이 만든 작가주의 음악 집단 하나음악과 푸른곰팡이에서 활동하면서 김현철, 유희열 등 수많은 후배 뮤지션, 프로듀서들에게 영향을 미쳐온 음악가다.
 
‘blue pillow’에선 제주 바람에 날려 보내 듯한 굽이치는 앰비언트(환경음악)로 연기 같던 삶의 여로를 거닌다. 한순간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젊음, 끓었다 잠잠해지는 분노, 아팠다 회복되는 상처 같은 순간들을.
 
26년 만에 정규 2집을 낸 '어떤날'의 조동익. 사진/최소우주
 
‘산울림’의 김창완 역시 올해 37년 만에 솔로작 ‘문(門)’을 냈다. ‘문’은 1983년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37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이다.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는 올해 11월 중순 15집 ‘하늘 위로 구름 따라’를 발표했다. 그가 선언한 “생에 마지막 앨범”이다. 코로나19를 사람으로 설정하고 배반, 거짓 등을 노래한 절규를 비롯해 “마스크 쓰라”는 직언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이밖에도 정미조가 3년 만에 새 음반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를, 장필순이 그간의 곡들을 추려 낸 소품집 ‘수니 리워크-1’을 냈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은 12년 만에 정규 7집 ‘외출’로 대중 곁에 돌아왔다.
 
37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산울림' 김창완.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고 김현식 30주기, 펑크록밴드 크라잉넛 25주년
 
한국 대중 음악사의 굵은 발자취를 돌아보는 흐름들도 여럿 있었다.
 
밴드 크라잉넛은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홍대의 작은 라이브클럽 ‘드럭레코드’를 베이스 삼아 달려온 이들은 한국 펑크록의 역사 자체다. 멤버들은 초, 중, 고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나 음악을 시작했고 단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활동해왔다. 
 
“아재밴드가 돼 버렸다”며 멋쩍어하지만 악기만 잡으면 영락없는 청춘이다. 올해 25주년을 맞아 베스트 앨범부터 비대면 공연, 챌린지(다른 뮤지션들이 크라잉넛 곡을 재해석하는 이벤트)까지 숨 가쁜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 사진/드럭레코드
 
올해는 고 김현식(1958년2월18일~1990년11월1일) 30주기이기도 했다.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등 명곡을 남긴 김현식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린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된다. 특유의 거친 음색과 사랑에 대한 순수한 정서를 그린 가사 등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 30주기를 맞아 김현식의 하모니카와 졸업앨범, 가족사진, 가수 및 뮤지션 동료들과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됐다. 11월에는 그가 마지막 녹음을 했던 스튜디오에서 권인하와 김장훈이 김현식을 추모하는 랜선 콘서트를 열었다. 재즈계에서는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박성연이 77세로 타계하는 아픔도 있었다. 국내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인 고인은 재즈 클럽 ‘야누스’를 설립해 평생 운영해온 한국 재즈계의 ‘산 역사’다.
 
'한국의 빌리홀리데이'로 불렸던 고 박성연. 사진/뉴시스
 
한국 대중가수 최초 그래미 후보 입성한 BTS
 
방탄소년단(BTS)은 올해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큰 벽을 넘는 사건들을 만들어 내며 ‘K팝 역사’를 다시 썼다.
 
그룹은 2월 ‘MAP OF THE SOUL : 7’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네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수록곡 ‘ON’으로 싱글차트 ‘핫100’4위에 오른 데 이어 하반기엔 ‘Dynamite’로 이 차트 정상을 세 번 찍었다.
 
아시아 가수 단독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것은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1941~1985)의 ‘스키야키’ 이후 57년 만이다. 12월에는 ‘Life Goes On’을 같은 차트 1위에 올려놨다. 이 차트 1위에 한국어 곡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11월 그룹은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본토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한국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사에 남을 기록이다.
 
그래미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MTV 비디오 뮤직어워즈와 함께 미국 4대 음악시상식으로 꼽힌다. 앨범 판매량, 스타성이 중요한 타 시상식보다 음악성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시상식이다. 내년 1월31일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부문을 두고 레이디 가가, 두아 리파,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와 겨룬다. 콧대 높은 그래미도 결국 BTS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미권 주류 팝 시장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
 
세이수미, 새소년, 이날치…해외 향하는 ‘작은 돌풍들’
 
아이돌 중심의 K팝을 넘어 올해는 한국의 다양한 장르 음악들도 해외 곳곳의 문지방을 넘었다. 
 
올해 3월 말, 부산 출신의 서프록 밴드 세이수미는 미국의 유명한 공연 방송 ‘Live on KEXP(KEXP)’에 출연하는 쾌거를 이뤘다. KEXP는 미국 내에서 대안음악의 산파 역할을 자처해온 유서 깊은 공연 라디오 방송이다. 90년대 얼터너티브 열풍을 주도한 너바나의 고장 시애틀에 본사가 있다.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 휘트니 등이 이 방송을 거쳐 유명해졌다. 
 
올해 'KEXP LIVE'에 출연한 부산 출신 서프록 밴드 세이수미. 사진/유튜브 캡처
 
그간 해외에선 조금이라도 국악 요소를 접목시킨 팀에 대한 주목도가 컸으나, 올해는 곳곳에서 세이수미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새소년은 올해 발표한 EP '비적응‘으로 미국 음악 전문 매체 피치포크가 선정한 ‘올해의 35개 베스트 록 앨범’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DTSQ는 프랑스 인디레이블 데프록레코즈에서 2집 ‘Moon Juice And Space Biscuits'을 내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긴 했지만 넬과 혁오 등은 미국을 포함해 올해 월드투어를 확정짓고 준비하고 있었다.
 
국악 요소를 대중적으로 결합시킨 밴드에 대한 주목도 컸던 해였다. 이날치는 TV CF와 유튜브를 종횡무진하며 ‘범 내려온다’ 신드롬을 세계까지 닿게 했다. 판소리를 80년대 뉴웨이브 풍 밴드사운드에 섞어낸 음악. 고래야는 퉁소, 거문고, 장구, 꽹과리를 박수 소리에 섞어낸 음악으로 NPR ‘타이니 데스크’에 출연하는 쾌거를 이뤘다. 
 
펑크(Funk)와 무가를 결합한 추다혜차지스, 소리꾼 이희문과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프로젝트 밴드 ‘한국남자’…. 이제는 다 장르를 비빔밥처럼 비벼낸 한국의 음악들이 전 세계를 횡단하고 있다.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밴드 이날치의 온스테이지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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