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랙홀’에 빠지다…2020년 대중음악 연말 결산
팬데믹 후 ‘대면’ 시대의 종말, 공연 매출 30% 급감
사라진 대형 음악 페스티벌…진화하는 비대면공연
키워드 10개로 돌아본 올해의 대중음악계①
입력 : 2020-12-28 18:00:00 수정 : 2020-12-28 19:44:3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가19란 초유의 사태가 대중음악 시장 전체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린 해였다. 
 
같은 공간에서 대중과 밀착 소통해야하는 대중음악, 공연 시장은 그 어떤 영역보다 취약했다. 3월 ‘글로벌 팬데믹’ 선언으로 지구상 거의 모든 음악 부문에선 ‘대면’이란 용어 자체가 서서히 종말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방식들이 공백을 메워 나갔다. 온라인 공연은 확장현실(XR) 등 첨단기술을 입으면서 점차 치밀한 형태로 진화해갔다. 초기 ‘소셜 파워’가 큰 K팝 아이돌이 주도하던 흐름이 나훈아, 인디신 등 전 세대, 전 장르로 퍼져갔다. 해외에선 라디오헤드가 팬데믹과 ‘사투’의 의미로 미공개 영상을 매주 올리는가 하면 온라인 버전의 ‘21세기 라이브 에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거의 모든 이슈를 잠식했지만, 국내에선 음악사의 굵은 발자취도 여럿 있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37년 만에, ‘어떤날’의 조동익이 26년 만에 각각 솔로 앨범을 냈다.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는 “코로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생의 마지막 앨범을 내놨다. 고 김현식의 30주기,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의 데뷔 25주년도 모두 올해 있었다. 재즈 쪽에서는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박성연이 타계하는 아픔도 있었다.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의 기록을 여럿 세웠다. ‘빌보드 100’ 1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어워즈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공연이 취소된 혁오, 세이수미, 새소년, 넬 등 한국 대표 밴드들은 국내 스튜디오에 박혀 다시 비상할 준비를 했다. 이날치, 고래야 등 국악과 밴드 음악을 접목시킨 여러 팀들도 부상하기 시작했다. 
 
2020년, 대중음악계 소식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 분석해본다.
 
올해 1월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전설적 록 밴드 퀸의 무대. 이 무대를 끝으로 올해 대형 내한 공연은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됐다. 사진/현대카드
 
코로나가 강타한 공연 시장…매출 30% 급감
 
올해 공연 시장은 코로나 19 여파로 초토화의 해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2405억원에 달했던 전체 공연계 매출액은 올해 17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한 해 기준 약 30% 이상의 매출액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팬데믹 발표 이후 뮤지컬, 연극, 오케스트라단 등의 무대가 차례로 조기 폐막하거나 취소됐다. 특히 대중음악 부문은 좁은 공간에서 대중과 ‘밀착 소통’ 한다는 인식과 정부의 규제 등으로 다른 공연들에 비해 10~11월을 제외하곤 올해 내내 정상 진행이 수월하지 못했다. 
 
국내에선 1월 밴드 본 이베어와 퀸을 끝으로 칼리드, 브루노 메이저, 스톰지, 미카, 할시, 그린데이 등이 ‘비행 시계’를 내년으로 조정하거나 기약 없이 미뤘다. 
 
역으로 우리나라 음악가들도 월드투어를 취소해야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미국과 캐나다·일본·영국·독일·스페인 등에서 예정됐던 월드투어 ‘MAP OF THE SOUL’를 서울 공연 이후 중단하고 말았다. 혁오는 19개국 42개 도시에서 44회로 예정돼 있던 월드투어를, 넬은 미국 12개 지역에서 예정돼 있던 북미투어와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했다. 
 
방송 등의 활동이 있는 대형 기획사 소속 음악가들과 달리 공연 활동이 주가 되는 국내 인디신 역시 코로나로 직격타를 맞았다. 공연으로 번 수익으로 다음 앨범 제작비를 마련하는 식의 ‘현금 흐름’ 자체가 끊겨 버려서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퍼진 올 2월 이후 전국에서 취소 또는 연기된 대중음악 공연은 총 990건, 피해액은 약 1619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목인 연말에만 226건이 취소됐다. 더군다나 클래식 등 예술 분야에만 집중된 정부의 지원정책 탓에 인디신은 ‘지원 사각지대’에 몰렸다는 문제제기 역시 올 한 해 끊임없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종문화회관
 
‘대면 포기’ 음악 페스티벌…잠시 내려놓은 ‘꿈의 무대’
 
많은 군중을 최소 1~3일 집합시켜야 하는 음악 페스티벌은 일시적으로 소규모 관객이 집합하는 일반 공연보다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4월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음악 페스티벌들은 올해 차례로 셧다운 되기 시작했다. ‘DMZ 피스트레인’, ‘펜타포트’ 등 하반기까지 추이를 지켜보려던 몇몇 페스티벌은 막판까지 진행을 타진하다 끝내 대면 방식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해외 유수의 음악 축제들도 잇따라 취소되면서 국내 음악가들도 ‘꿈의 여정’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페기 구, 예지 등 한국계 DJ·프로듀서와 빅뱅, 에픽하이는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행을 결국 미뤘다. 
 
이수만 SM프로듀서와 새소년, 바밍 타이거, 리스 트리오 등은 올해 북미 최대 규모의 콘텐츠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WSX)’ 행을 접어야 했다. 코토바 역시 올해 50주년을 맞은 영국 글래스톤베리에 처음으로 섭외됐지만 끝내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대규모 관객이 모이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사진은 올해 온라인 관람객 75만명을 동원한 '15주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진/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코로나 장기화에 스러진 재즈·록 공연장
 
코로나 장기화로 장르 음악을 다루던 유서 깊은 국내의 몇몇 공연장은 급기야 문을 닫는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국내 재즈 문화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던 ‘원스 인 어 블루문(블루문)’은 지난날 14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22년 역사를 뒤로 했다. 1998년 4월 개업한 블루문은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거친 공연 장소이자 문화 명소로도 꼽힌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등의 촬영 장소로 쓰이는가 하면 윈턴 마살리스, 팻 메시니 등 세계적 재즈 연주자들의 뒷풀이 장소로도 쓰였다. 
 
지난달 홍대 앞 밴드신 ‘메카’로 불리던 라이브 공연장 브이(V)홀도 아예 간판을 내렸다. 지난 9월부터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왔다.
 
브이홀은 2007년 ‘마왕’ 신해철이 설립한 ‘고스트씨어터’가 전신이다. 무엇보다 밴드 음악을 알리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헬로윈, 스트라이퍼 등 헤비메탈 밴드부터 제프 버넷, 커린 베일리 레이, 맥 드마르코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그간 이 곳을 거쳐갔다. 이승환과 부활, 서태지, 넬 등의 뮤지션들 또한 장기 공연으로 이 곳을 낙점했었다. 
 
브이홀 외 다른 홍대 라이브 공연장들도 올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휴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임대료 상승에 맥을 못추다가 올해 코로나가 도화선이 됐다. 지난 3월 무브홀이 철수했고 롤링홀, 상상마당 라이브홀 등 다수 공연장들은 코로나 확산세를 주시하며 공연 재개와 취소를 반복해왔다.
 
지난달 14일 저녁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블루문)’의 역사적인 마지막 공연.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나와 창의적으로 사투한 ‘음악 의료진들’
 
코로나로 생긴 여백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방식들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팬데믹 선언 후 초반에는 기존의 공연 영상을 재활용하는 흐름이 일기 시작했다.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약 2달 여간 매주 기존 미공개 공연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보유한 쇼가 소진 될 때까지 코로나 상황과 싸워보겠다”고 했다. 창작자로서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실험. 
 
몇몇 음악인들은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신개념 공연, 음악 문화를 앞다퉈 만들어 냈다.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프론트맨 보노부터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 등은 의료진들을 위한 곡을 공개했다. 
 
화상 화면을 이용하는 ‘가상 협업’으로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일깨우는 공연들도 들끓었다. 레이디 가가가 주최한 ‘21세기 버전 라이브 에이드’에는 비틀스 폴매카트니, 롤링스톤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1억3000만달러 상당의 공연 기부금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전달됐다.
 
국내에선 가수 이한철을 필두로 한 18인의 뮤지션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취지에 부합하는 음원, 영상을 발표했다. 1~2일 간 각자의 방에서 이한철 대표곡 '슈퍼스타'를 쪼개 녹음하고 수익금은 ‘사랑의 열매’에 전액 기부했다. 코로나와 창의적으로 사투한 음악계의 ‘의료진들’이다.
 
안드레아 보첼리, 랑랑, 셀린 디옹이 펼치는 온라인 가상 헙업 콘서트. 사진/글로벌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캡처
 
첨단 기술 동원, 비대면 공연의 대전환
 
코로나 사태에 상당 부분 적응한 올해 중순부터는 비대면 공연에도 본격적인 대전환이 일어났다.
 
특히 대형기획사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확장현실(XR) 등 첨단기술을 덧대 치밀한 형태의 온라인 공연을 만들어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취소된 BTS의 월드투어를 자사의 공연 겸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실현했다.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 등 첨단 기술을 도입, ‘매직아이’ 같은 효과를 냈다.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한 거인 같은 멤버 이미지가 무대 옆에 등장하거나, 우주 은하수로 빨려갈 듯한 활홀경이 펼쳐지며 오프라인 공연에선 느낄 수 없는 ‘다름’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총 6개의 앵글로 찍은 카메라를 돌려가며 현장감을 느꼈다. 
 
올해 10월 열린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는 세계 191개 국가 총 99만 3000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틀 공연 매출액만 약 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네스의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 부문 세계기록이다. SM과 JYP 역시 자체 공연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로, YG는 유튜브 ‘팜 스테이지’로 비슷한 방식의 영상 제작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첨단기술을 입은 비대면 흐름은 음악 페스티벌까지 가상의 조류를 만들었다. 수백, 수천, 수만의 관중들은 ‘21세기 홍길동’이 됐다.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를 관람하다, 나윤선의 샹송과 아리랑을 듣고, 다시 35주년 록밴드 부활의 무대를 관람하는 것이 유튜브 안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했다. 
 
불쑥 불쑥 찾아오는 침묵은 여전히 뮤지션과 관객 모두에 어색했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진행된 펜타포트록 페스티벌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관객들의 기갈을 미약하게나마 해소시켜줬다. 
 
방탄소년단 ‘BTS MAP OF THE SOUL ON:E’.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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