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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도윤, ‘강동원 매형’ 아닌 ‘육식 동물’로 진화 중
“‘반도’ 이후 개봉, 하지만 실제는 ‘반도’ 이전 촬영했던 작품”
“이상한 영화, 정말 이상한 느낌…그게 이 영화의 진짜 매력”
2020-12-11 13:00:00 2020-12-11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강동원 매형이라고 하면 누군지 알까. 영화 반도에서 강동원의 매형이자 스토리의 주요한 키 포인트를 쥐고 있던 인물. 얼굴을 보면 언뜻 어디서 본 것 같은느낌이다. 영화 곡성에서 마지막 장면에 악마로 변한 일본인 배우 쿠니무라 준과 대화를 나누던 젊은 신부님. 그래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 않을까. 분명히 작품 속 얼굴을 보면 !’ 하고 탄성을 지른다.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배우가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면 절대 알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건 그만큼 배우가 아닌 배역으로만 존재하는 이 배우의 진짜 힘이다. 물론 대중 문화 콘텐츠에서 연기를 담당하는 배우로서만 보자면 인지도의 차이를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배우 김도윤은 지금도 과거에도 앞으로도 배우보단 배역으로 작품 속에서 숨을 쉴 것이다. 이건 배우들이 궁극적으로 쫓고 바라는 목표 아닌가. 지난 달 개봉한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도 그는 김도윤이 아닌 도맹수로만 등장했다. ‘강동원 매형젊은 신부님도 아닌 도맹수딱 그 모습이었다.
 
럭키 몬스터개봉 며칠 뒤 만난 김도윤은 특유의 사람 좋은 인상, 그리고 연예인스럽지 않은겸손한 모습. 무엇보다 일상적인 면모가 물씬 풍겨 나오는 인간적 아우라가 매력적이었다. 이 정도면 김도윤의 지금 모습과 럭키 몬스터도맹수의 모습이 같은 사람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김도윤은 이제 럭키 몬스터도맹수가 아닌 또 다른 영화 또는 드라마의 누가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우 김도윤. 사진/KAFA
 
 
-블록버스터 반도이후 소규모 독립영화 럭키 몬스터를 찍었다. 일반적인 작품 선택 순서는 아닌데
아니에요. 사실 반도보다 럭키 몬스터를 먼저 촬영했었어요. 제가 작품을 선택해서 촬영할 수 있는 위치의 배우는 아니잖아요(웃음). 그리고 전 대작영화 독립영화를 특별히 구분하진 않습니다. 그냥 재미있으면 손이 가요.”
 
-데뷔 이후 첫 출연작인 셈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좋진 않다
“개봉을 할 수 있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첫 주연작인데 부담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죠. (웃음) 관객 분들이 제 얼굴을 영화 러닝타임 내내 보셔야 하는데. 하하하. 제가 그리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서(웃음). 아무튼 두근두근 거립니다.”
 
-정말 이상한 영화입니다. 이건 이상하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데
“맞아요. 정말 이상하죠(웃음). 하하하. 그런데 럭키 몬스터는 그 이상함이 매력이에요. 저도 그 지점에 끌렸어요. ‘도대체 이게 뭐지?’ 하면서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아마 저희 영화를 보시고 재미를 느끼신다면 제가 느낀 걸 느끼신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사실 호불호가 많이 나뉠 스타일이에요.”
 
배우 김도윤. 사진/KAFA
 
 
-‘이상한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도 엄청 독특하신 분일 것 같다
하하하. 광고를 하시다가 영화를 하시겠다고 퇴사를 하고 만드신 영화가 럭키 몬스터이세요. 광고를 하셨던 분이라 이미지에 엄청 민감해 하셨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의욕이 굉장히 강하셨어요. 다른 감독님들은 말 그대로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디렉팅을 하세요. 그런데 이번 럭키 몬스터봉준영 감독님은 이미지와 표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세요. 이번에는 어떤 색깔이다. 이번에는 어떤 표정이다. 등등.”
 
-이름이 아깝게 초반에는 초식동물 같은 도맹수가 후반에는 진짜 맹수로 돌변한다
“’도맹수는 아이에요. 몸만 어른이지 그냥 어른아이같은 사람이에요. 제 아들이 올해 다섯 살인데 아들의 모습에서 많이 힌트를 얻었어요. 그 나이 때 어린이들은 거의 본능에만 의존한단 느낌이 강하거든요. 영화에서 제 아내인 리아와 맹수의 관계도 사실은 제 아내와 아들의 관계를 보고 많이 힌트를 얻었죠(웃음)”
 
-용각산을 먹는 장면이 흥미롭게 다가오더라. 사실 그걸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별거 아닌데 진짜 제일 곤욕스러웠던 게 용각산먹는 장면이었어요. 저랑 너무 맞지 않아서 죽을 맛이었죠(웃음). 의외로 감독님은 되게 애용을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이 슈가 파우더로 바꿔주시기도 했어요. 평생 먹을 용각산이번에 다 먹은 거 같아요.”
 
영화 '럭키 몬스터' 스틸. 사진/(주)영화사 그램
 
 
-이 영화를 보면 정말 놀라운 게 배우들이 몇 명 출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출연 배우들 모두가 지금은 엄청난 흥행작을 필모그래피로 갖고 있다
저도 반도로 꽤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리아를 연기한 장진희씨도 사실 극한직업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영화 출연 전에 저희 영화를 먼저 찍었어요. 배진웅 박성준 박성일 우강민. 이들 배우 모두가 지금은 다들 꽤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인데, 그 전에 감독님이 럭키 몬스터에 캐스팅을 하신 거에요. 저희끼리 했던 말이 진짜 감독님 대단하다. 이런 조합을 만들어 내신 감독님의 안목이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 최근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많이 얻고 있다. 연기를 놓고 싶은 적은 없었나
“집착이었는지 욕심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지금도 사실 그래요. 어떻게 내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 싶어요. 아직도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좀 더 하고 싶은가 봐요. 제가 대단한 배우가 아니기에 아직도 연기를 하면 정말 재미가 있어요. 작품을 소화하고 연기를 하면서 날 알아가는 과정을 좀 더 느끼고 싶어요.”
 
배우 김도윤. 사진/KAFA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럭키 몬스터를 만든 봉준영 감독과 함께 할 생각인가
물론이죠. 감독님의 다음 작품은 무조건 기대를 합니다. 너무너무 기대가 되요. 이런 얘기를 만들어 낸 감독님의 다음 작품에 만약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하고 싶어요. 어떤 배역이라도. 단 트램폴린에서 뛰는 연기는 좀 없었으면 해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정말 원 없이 뛰어봤어요. 하하하.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 용각산 먹는 장면도 좀 없었으면(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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