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전 대검 형사과장 "검찰농단이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 "채널A 징계 사안이라면 저도 징계해달라"
2020-11-26 12:31:02 2020-11-26 13:23:0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채널A 사건 수사 과정에 혐의 성립 등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반대의견을 냈던 박영진 전 대검찰청 형사1과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검찰농단'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현재 울산지검 형사2부장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 부장검사는 26일 검찰 내부 온라인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그간 일련의 과정을 되돌이켜 보면 가히 검찰농단이라고 칭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현 정권과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진정성은 쓰레기통에 쳐박힌지 이미 오래됐다"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한 검사들을 제거하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싹을 자르겠다는 경고"라고 주장했다. 
 
또 "징계혐의 중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점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지휘 실무를 맡은 책임자로서 검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징계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해당 징계혐의가 성립된다면 총장님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저 또한 부당한 지휘감독권 남용에 대한 조력자인 셈이니 징계혐의가 성립된다면 저 또한 징계해달라"고 했다.
 
박 부장검사는 일선 검사들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한다면, 언젠가 그 칼날은 검사 개개인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면서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게 닥쳐오는 불법과 불의에 눈감는 검사가 어떻게 타인의 불법을 단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과 추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 징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게 될 검사들을 향해서도 "가족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양심에 따른 소임을 다해주셨으면 한다"면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파우스트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부장검사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대검 형사1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실무를 맡았다. 당시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수사·기소를 주장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과 각을 세웠다가 지난 8월 인사에서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