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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반등 불씨 SOC①)국가 경제 위기에 10년전만 못한 SOC 실질 예산
물가 상승 반영 내년 SOC 24조7천억원…대형 신규 사업도 없어 경기 부양 효과 비관
2020-11-18 06:00:00 2020-11-18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내년 SOC 예산의 명목상 금액은 지난해보다 늘어나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예산으로 따지면 건설산업과 경제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17일 건설업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내년 SOC 예산은 26조원이다. 올해 본예산 23조2000억원보다 11.9% 증가한 금액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편성된 예산 24조7000억원보다 많다. 
 
예산 규모만 보면 SOC 사업 활성화로 건설산업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관련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히 낮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보면 SOC 예산이 많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한국은행 GDP 디플레이터를 활용해 집계한 결과 내년 SOC 예산의 실질가격은 24조7000억원으로 분석됐다. 2009년 실질가격은 27조4000억원이었다. 2010년에는 27조1000억원, 2011년 26조원이었고 2013년과 2015년에는 각각 25조3000억원, 2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내년 예산의 실질가격이 현 정부 이후 가장 높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예산안 내용도 건설산업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SOC 예산 재원을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및 주요 간선망 지속 투자,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적기 완료 지원, 노후 SOC 기반 시설 안전투자 확대, SOC 디지털 관리체계 구축에 배분하겠다고 장기적인 투자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내년 지출 계획도 이 같은 방향 아래 짜였다. 전통적인 대규모 SOC 사업을 추가 발굴하는 것보다는 기존 진행 사업의 예산을 소폭 늘리거나, 디지털 및 그린·안전 SOC에 무게를 둔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 SOC는 건설산업보다도 통신·IT 영역에 더 밀접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토목 인력이 줄어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코로나19로 국가 경제도 낙관할 수 없는데 전통적인 SOC 사업을 마냥 외면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얽힌 문제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SOC의 방향이 옳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기존 사업과 발을 맞추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내년 건설산업의 전망이 어두운 점도 SOC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힘을 싣는다. 코로나19에 민간분야의 건설투자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민간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공공에서 산업을 받쳐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를 174조7000억원으로 예상했고 내년에는 164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가 침체될 위험이 있다며 비주택 건축 등 민간 부문 수주 부진으로 내년 수주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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