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DMZ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한다
<뉴스토마토>통일부, 방안 용역 확인…제2개성공단 성격, 교류·왕래 자유롭게
전문가들 "가능성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감염병공동대응센터, 국제백신연구소 유치 글로벌 연구 허브화 추진
대부분 중국산 탈지면·주사기 등 의료자재도 생산
입력 : 2020-11-11 15:09:49 수정 : 2020-11-11 17:38: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부가 비무장지대(DMZ)에 남북 바이오산업 교류 협력을 위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2개성공단 개념의 바이오메디컬 단지는 코로나19에 대한 남북 공동 방역망 구축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을 주도한다는 차원에서 주목된다. 바이오메디컬 산업분야 연구개발(R&D)에서부터 현재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는 주사기와 탈지면, 마스크 등 의료용자재 제조까지 종합적인 협력이 가능할 전망이다. 
 
11일 정치권과 정부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가 남북보건의료 협력의 일환으로 '(가칭)DMZ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 구축에 관한 용역을 연구기관(서울대)에 의뢰했고 최종보고회가 남은 상황으로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통일부가 의뢰한 용역 연구기관은 서울대 통일의학센터 남북보건생명단지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날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대표의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남북보건의료 협력'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
 
신 회장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라고 해서 일종의 개성공단 같은 개념의 클러스터를 DMZ 밑에 지어서 남과 북이 같이 R&D하는 개념으로, 개성(공단)은 남측 인원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해 제한점이 있었는데, (DMZ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 자유 왕래하는 접점 만드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하지 않으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공동 연구개발(R&D)인 탓에 단지 내에서의 왕래는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신 회장은 '팔(8)자형 건물' 모델을 제시했다. 바이오 메디컬 관련 연구동 건물의 경우 휴전선과 남북 양측의 DMZ에 걸쳐 만들고 통로를 개방하는 형태가 적합하다고 신 회장은 말했다. 
 
개성공단이 2013년 4월 재가동 됐을 당시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산업단지에는 감염병공동대응센터를 설립하고, 국제백신연구소(IVI) 분원 등을 유치해 '아시아지역 감염병공동대응' 역량 강화를 기한다는 계획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는 물론 동남아에서 번성하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등의 백신연구를 하는 글로벌 감염병 연구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 틀 안에서 남북보건의료협력도 한층 강화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단지에 병원을 지어 북한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북한도 최근 수명이 길어지면서 과거 사망원인 1위였던 심혈관 질환을 암이 따라잡고 있다. 문제는 암의 경우 외과적 수술 외에도 방사선치료가 이어져야 하는데 해당 기술력을 북한이 갖고 있지 못하다.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이 발생하는 장치(메르디안 라이낙 치료기)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고에너지 방사선 조사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다만 방사선 치료기는 동위원소이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심사를 통과해야 북에 들어갈 수 있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왕래만 자유롭다면 라이낙 치료기는 남측에 두고 북한 환자나 의료진이 내려와 치료를 받고 기술과 운용방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대북정책은 정치·인도적 부분으로 구별해 미국과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인근에서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 뒷쪽으로 개성공단 건물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외에 탈지면과 주사기, 마스크 등 의료자재 제조업체가 단지에 입주하면 기존 개성공단 방식으로 북측의 노동력과 남측의 자본이 합작이 가능한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필수 의료용 소모품 대부분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율을 높이면 수급 불확실성도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나아가 푸드트럭 같은 개념의 1톤짜리 트럭에 '우수의약품생산(GMP)'시설을 설치, 이동식 수액제조차량을 도입해 만든 수액으로 북에도 보급하고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엔에 판매하는 방법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개성공단이 2013년 4월 재가동 됐을 당시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J&J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인도적 협력에는 의미를 부여하되 실제 조성까지는 상당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단순한 대북지원이 아니라 인도적 협력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DMZ는 서로 주권이 허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처럼 북한 주권이 허용되는 공간에서 어려웠던 점을 다 감안한 것이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의 구체적인 조치란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 가면 분명 현실성이 있는 계획"이라며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K-방역의 높은 위상을 감안하면 메디컬 분야 교류라면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통일부가 DMZ 평화적 이용을 위한 사업 예산을 증액해 낸 것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DMZ 평화적 이용을 위한 사업 확대 차원에서 90억 9000만원을 확대 지원하는 내용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안을 전체회의에서 확정해 예산결산위원회로 넘겼다.  
 
과제의 경우 양 교수는 "과거 박근혜정부도 DMZ 평화공원 조성안을 냈었는데, 유엔사와 문제도 있고 남북간 DMZ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DMZ내 공원도 공단도 현실적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실화 될 때까지는 나름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역시 "현실화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굉장히 많다"면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보다 쉬운 일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DMZ는 지리적으로 봐도 가장 어려운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보다 (정치적) 용기가 중요하다"며 "그 용기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통일부도 장관이 바뀌었으면 용기를 내서 남북협의 이행 못한 반성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경기도 파주 DMZ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회관 옥상에서 본 북한 기정동 마을 넘어 보이는 안개 낀 개성공단.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정부는 용역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용역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용역은 정책적 참고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현재 시점에서 들은 바는 없다"면서도 "만약 진행한다고 해도 확인해 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겼다. 
 
무엇보다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구상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와도 일부 맥이 닿아 이목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남측의 일방적인 지원 느낌을 줘 북측이 거부감을 갖는 방법과 달리 다자주의적 보건협력의 틀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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