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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규제하면 사업 모델 바꾸겠다는 구글의 협박
2020-11-11 06:00:00 2020-11-11 06:00:00
구글이 대한민국 입법기관에 두 번 연속 협박을 날렸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막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한국 콘텐츠 기업과 소비자에 다른 형태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취지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지난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준수하겠지만 이 조치가 구글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전무는 이어 지난 9일 열린 과방위 공청회에서 "지금 95% 정도 되는 일반 앱들이 무료로 제공되는데,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되면) 이런 앱 제공 비즈니스 모델(BM) 자체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한층 더 구체화된 내용을 내놓았다. 이는 무료로 제공하는 앱에도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의 발언에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아직 개정안 내용이 확정되기도 전인데 구글이 공개적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 대사관이나 구글을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 등도 과방위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내정간섭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방위 의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구글만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애플 앱스토어부터 원스토어, 갤럭시 스토어까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앱마켓 사업자가 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반독점 행위에 대한 판단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통해 이뤄진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이다. 
 
구글은 한국에서만 인앱결제 및 수수료 정책 변화를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은 앞서 인도의 스타트업이 연합해 정책 변화를 거부하자 이를 6개월 유예한다는 발표를 한 적도 있다. 미국 하원에서도 역시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보고된 바 있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소송 결과가 구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공개적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하거나,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천명한 대로 '서비스 하고 있는 국가의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규제를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구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협박이 아닌 설득이다. 구글은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화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단일한 결제 시스템이 소비자에게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어떤 불합리한 점이 있어서 이를 변경하게 됐는지 등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정책 변경이 우리나라 앱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 않는다면, 구글은 한국 소비자와 개발자, 그리고 국회에게 신뢰를 잃고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강요하는 기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배한님 ICT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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