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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에 열린 북악산 철문…문 대통령 "2022년 전면 개방 목표"
"서울 영공방위 담당하는 곳…개방 후 더 철저한 경계·화재 위험" 당부도
2020-11-01 10:20:04 2020-11-01 10:26: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1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북악산 북측면이 시민에 개방됐다. 1968년 '1·21 김신조 사태' 이후 52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북악산에 올라 닫혀 있던 철문을 직접 열고 "현재는 안쪽 성곽로를 따라 걷는 탐방로만 개방됐는데 내년, 늦어도 2022년까지는 청와대 위쪽의 북쪽도 전면적으로 개방을 할 목표"라고 밝혔다. 
 
북악산 시민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달혔던 철문의 열쇠를 따고 있다. 1968년 '1·21 김신조 사태' 이후 52년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던 청와대 뒤편 북악산을 시민에 돌려준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악산 성곽 북측면 둘레길 개방을 하루 앞둔 전날 오전 엄홍길 대장, 배우 이시영씨, 종로구 부암동 주민 강신용(63)씨와 정하늘(17)양,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산행하며 최종 점검에 나섰다. 
 
북악산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은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 김신조 사태' 이후 인왕산 등과 함께 청와대 인근 민간이 출입이 통제되면서 52년간 굳게 닫혀 있었다. 
 
이번 성곽로 개방은 문재인정부 들어 세 번째 청와대 인근 지역 개방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한 데 이어 2018년엔 인왕산길을 완전 개방한 바 있다. 2022년 상반기까지 북악산 남측면도 추가로 열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악산 성곽 북측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오전 엄홍길 대장, 배우 이시영씨, 부암동 주민, 정부관계자 등과 함께 최종 점검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파란색 등산복에 갈색 등산화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우선 북악산 성곽 북측면 제1출입구인 부암동 토끼굴에 도착해 김도균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북악산 관리 현황을 보고 받고, 열쇠를 받아 북악산 철문을 열었다.  
 
김 사령관은 "순찰로 위에 그대로 데크를 만들어 시민들이 과거에 장병들이 순찰 돌던 길을 따라 등산한다"며 "CCTV가 탐방로에 12개 설치해 안전도 확인하고 경계력도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잘 보존돼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일행은 북악산 제3출입구(청운대 안내소)에 도착해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으로부터 북악산 개방 준비 과정과 개방 후 관리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등산 마니아'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설명에 부연하며 "그동안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한북정맥'을 차단하고 있었다"며 "이번 개방으로 안산으로부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의 형제봉까지 쭉 연결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개방된 안쪽 성곽로에 더해 2022년까지 북쪽도 전면 개방할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개방으로 사적 10호인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정 문화재청장은 "10년에 걸쳐 노력하고 있는데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충족돼야하는데 이것이 막혀 있어서 시민과 소통이라는 보편적인 데서 문제가 있었다"며 "이 길이 열림으로 해서 유네스코 등재에도 밝은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악산 성곽 북측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오전 엄홍길 대장, 배우 이시영씨, 부암동 주민, 정부관계자 등과 함께 최종 점검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삼청1대기초소 쉼터로 이동하면서 "청와대 경호뿐만 아니라 우리 수도 서울의 영공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며 "개방을 하더라도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경계를 더 철저하게 강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을 정말 좋아한다"며 "화기를 휴대하지 못하게 하고 취사도 전부 준비해 와서 먹는 식으로 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화재 위험은 있으니 산림청의 어깨가 무거워지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행들과 함께 곡장 전망대, 제4출입구를 거쳐 백사실계곡을 통한 하산길에 아이들과 인사하며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상황을 고려해 산행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손소독, 발열검사,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서울 북악산 성곽 북측면 산행을 마친 뒤 백사실 계곡과 백석동천에서 주말 산행 나온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1968년 '1·21 김신조 사태' 이후52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면은 1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일반 시민에 개방됐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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