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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자동차 개소세 없애야"…폐지론 고조
3000만원 미만 면제 법안 발의…사치세 부과 부적절
구매 시기 따라 달라지는 가격에 소비자 형평성 등 문제
2020-10-28 06:02:00 2020-10-28 06:02: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잦은 세율 변동으로 소비자 혼란과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된 가운데 국회에 일부 차량의 개소세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발의되면서다.
 
27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배기량 기준인 과세 기준을 자동차 가액으로 바꾸고 3000만원 미만의 승용차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사치품에 부과하는 개소세를 생활필수품인 자동차에 부과하는 게 입법 취지에 맞지 않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발의 배경이다. 법 도입 당시 자동차는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소세는 사치성 물품 소비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경제의 불건전성을 통제하기 위해 1977년 7월 만들어진 특별소비세로 시작해 2008년 이름을 바꿨다.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는 배기량에 따라 차등비례세율을 적용하다가 2011년 세법을 개정해 물품 가격의 5%를 적용하고 있다. 단 1000cc 미만 승용차는 제외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구매가격을 낮아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자동차 판매는 개소세율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개소세를 70% 인하하기 직전인 1~2월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18.2% 감소한 반면 이후인 3~6월은 15.9% 증가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를 근거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개소세를 70% 인하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해 당장 개소세를 인하하거나 일부 면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우선, 예측하기 어려운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인한 소비자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로 심하면 며칠 새에 차량 구매가격이 수십에서 수백만원까지 달라진다"며 "인하 정책 직전 세금을 모두 내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돼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잦은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세율이 정상화됐을 때 다음 인하 정책을 기다리면서 구매를 미루는 일도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인하 혜택 종료를 앞두고 수요가 폭증했다가 직후에는 판매절벽이 생긴다.
 
개소세 인하 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9일부터 2009년 6월에 30%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발 금융위기 당시인 2012년 9월~12월(19~30% 인하),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30% 인하) 시행됐다. 
 
2018년 7월19일부터 작년 말까지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개소세를 30% 깎아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3월부터 6월까지는 70%, 하반기에는 30%를 인하하는 정책이 나왔다.
 
첫 번째 인하가 있은 뒤 두 번째 정책이 시행될 때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계속 간격이 좁혀졌고 가장 최근에는 2개월 만에 다시 인하가 이뤄졌다.
 
해외에서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고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폐지론의 근거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럽연합 회원국은 개소세 없이 부가가치세와 등록세를 부과하고 일본은 연비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한 환경성능비율세를 도입했다"며 "개소세가 단일비례세율 구조로 바뀌면서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한다는 입법목적도 상실해 폐지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소세 개편이 차량 판매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러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개편이 필요하지만 산업과 세수, FTA 등이 고려해야 할 게 많다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이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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