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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권사도 부동산으로 돈번다…해외 대체투자 비중 59%
부동산 부문 수익비중도 72%…"요주의여신 증가도 우려"
2020-10-26 06:00:00 2020-10-26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대체투자를 급격히 늘린 가운데 부동산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KB·삼성·메리츠·신한금융·하나금융투자·현대차·키움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중개(sell down·인수 후 재매각) 규모는 총 2조9752억원으로 집계됐다.
 
표/뉴스토마토
증권사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셀다운한 금액은 2016년 9595억원에서 2017년 2조1752억원, 2018년 5조4213억원, 2019년 12조198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해왔다. 최근 4년 새 약 13배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해외 대체투자자산 매입과 셀다운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와 처분 등을 포함한 중개 손익은 512억원에서 3296억원으로 6배 뛰었다. 올해 상반기 중개 손익은 1342억원을 기록했다.
 
기초자산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들어 6월까지 부동산 관련 중개규모는 1조7586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59%를 차지했다. 최근 5년 간 부동산 비중이 중개실적의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의 손익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크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관련 이익은 974억원으로 72.58%를 차지했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원자재·예술품 등 기타 부문에서는 각각 230억원(17.14%), 144억원(10.73%)의 이익을 거뒀으며 하나금융투자가 취급한 항공기·선박(-6억원)부문에서는 유일하게 손실이 발생했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KB증권(중개손익 97억원)과 메리츠증권(283억원), 키움증권(5억원)의 경우 상반기 해외대체투자 실적 100%가 부동산에 쏠렸다. 삼성증권(122억원)과 한국투자증권(68억원), 미래에셋대우(53억원), NH투자증권(52억원)의 부동산 중개손익 비중도 60~87%에 달했다.
 
증권업계는 해외 대체투자시장에서의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부동산 관련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매각 등 유동성 약화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코로나19 등 변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업용 및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의 건전성은 모니터링 대상"이라며 "일부 증권사의 요주의여신이 증가하고 있고 해외자산의 특성 상 내재한 위험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통해 해외대체투자 관련 리스크를 우려했다.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통상 장기투자로 유동성이 낮고 시장 상황이 악화시 자산 매각 등 빠른 대처가 어려워 부실이 누적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조치 등의 영향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현저히 하락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증권사는 자기자본투자 외에도 해외대체투자의 상당 부분을 기관투자자 또는 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와 투자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고, 시장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손실 흡수여력이 상당폭 훼손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대체투자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체투자 업무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위기상황점검이나 절차 등 대체투자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해 금투협과 막바지 논의를 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 안에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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