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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에 밀리고 장외시장에 치이고…성장 동력 잃은 코넥스 시장
올해 신규상장 7건 '역대 최저'…세제·예탁금 완화 등 개선 필요
2020-10-16 06:00:00 2020-10-16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벤처기업·스타트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코넥스 시장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거래대금은 크게 늘었지만, 신규 상장 기업은 급감했다. 기술특례상장 등 코스닥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코넥스 시장의 존재감이 약해진데다 비상장주식 시장에 비해 투자 요건이 까다로운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며 지난 9월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5억5589만원으로 작년 9월 18억8401만원 대비 195% 증가했다. 올해 동학개미를 필두로 한 풍부한 유동성이 코넥스 시장에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또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 할 종목을 미리 발굴하려는 투자자들이 코넥스 시장에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거래 종목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9월 기준 144개사까지 줄어 2017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신규 상장 기업이 대폭 감소했다. 코넥스 시장의 올해 신규 상장 건수는 7건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6년 50건에서 2017년 20건대로, 2019년엔 17건까지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코넥스가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는 배경엔 거래대금이 월등히 앞서는 코스닥 시장의 상장 문턱이 낮아진 점, 그리고 최근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는 비상장주식시장에 비해 투자 요건이 까다로운 점 등이 있다.
 
우선 코스닥 시장의 상장 문턱이 낮아진 것이 종목수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정부는 기술특례상장제도, 테슬라 요건 등 각종 특례상장 제도를 만들어 코스닥 상장 장벽을 낮췄다. 적자 기업도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게 되자 기업들이 굳이 코넥스를 거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코넥스는 설립 초기의 중소 벤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업들의 자유로운 자금 조달에도 규제상 한계가 있다. 비상장회사는 자율적으로 신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데 반해 코넥스는 정규 주식시장인 만큼 일정 부분 규제 아래에 있다. 거래기업에 제한 없는 사설 비상장 주식시장이나 기업 동의만 있으면 금융투자협회 직권으로 거래시킬 수 있는 제도권 장외시장(K-OTC)에 비해 기업의 책임이 무거운 것이다.
 
또한 투자자격이 까다로워 투자자들의 접근에도 제약이 있다. 개장 당시 코넥스 시장의 기본예탁금은 3억원에 달했으나 2015년엔 1억원으로, 2019년엔 3000만원으로 꾸준히 낮췄다. 일반 투자자들이 초기 중소·벤처기업에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려 했지만, 예탁금 없이 거래가 가능한 장외주식시장에 비하면 투자 장벽은 여전하다.
 
그 와중에 사설 비상장주식 시장은 투자자 수요에 맞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사와 협업해 안전성을 제고한 거래 플랫폼이 다수 등장했으며, 올해 한 증권사는 IT 스타트업 전용 비상장 거래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코넥스 시장 역시 상장 기업을 늘리기 위한 기업 세제 혜택 등 지원책과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자칫 무규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특성상 딜레마에 놓여있어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언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코넥스도 공모시장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업들에 대한 기업 공시 의무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다만 비상장 시장에도 기본에탁금이 없기 때문에 코넥스 시장에서도 기본예탁금 요건은 더 낮추거나 아예 폐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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