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다음은 'APEC'…북·미 회동 무산 땐 '신냉전'
루비오 "대화 열려있어…아직 회담 일정 잡힌 건 없다"
북, 중·러 경제협력 강화…비핵화 협상 지연 '고착화'
2026-11-01 16:28:24 ㅣ 2026-11-01 17:11:1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 이전 북·미 회담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외교가의 시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회담 가능성을 띄워도 실현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APEC 계기 북·미 대화까지 완전히 무산될 경우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신냉전'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위해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50%→10%, 낮아지는 회담 가능성
 
1일 현지 언론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 전 북·미 회담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대신 이달 중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나타낸 여파이기도 한데요.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찾은 것 역시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북·미 대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북·미 대화 가능성은 점차 아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회담 전망은 아주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며 "그런 회담이 있을지 없을지, 또 관련 정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9월30일 국정원은 APEC 정상회의 전후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을 50% 정도로 분석한 바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능성은 더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미국 현지에서의 평가도 부정적입니다. <로이터>는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APEC 계기 회담 가능성이 10% 미만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018~2019년 북·미 대화 당시와 현재의 정세를 비교해, 미국이 쓸 압박 카드가 약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월31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외무장관회의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같은 우리 동맹국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에 열려 있다"면서도 "아직 회담 일정이 잡힌 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패권 다툼, 세력 간 경쟁으로"
  
문제는 회담이 무산된 이후입니다. 외신의 분석처럼 김 위원장이 북·미 회담에 나설 유인 자체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북 제재 완화가 절실했던 2018~2019년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데요. 이로 인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대화 자체가 단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대화 단절이 지속된다면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 한반도 비핵화 협상 자체가 교착 상태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동북아 정세입니다. 북·미 회담의 무산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밀착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기술 및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을 계기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북 제재에 대한 압박 효과가 사실상 상실되는 셈인데요. 북·중·러의 밀착은 대중 견제에 나서고 있는 미국의 한·미·일 공조를 강화합니다. 결과적으로 동북아를 중심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겁니다. 신냉전은 또 군비 경쟁의 시대를 열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경제력 상승으로 군사력이 증강되고 한·미·일은 이에 대비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다시 북한은 위협으로 인식해 도발에 나서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동국대 명예교수)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의 세계 정세는 패권 국가의 정치를 넘어 '세력권' 간의 경쟁이 되고 있다"며 "북·중·러의 연대 강화와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의 공조가 그렇다"고 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또 "세력권 사이에 한국은 입지가 애매해질 수 있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내세울 수밖에 없지만 중국·러시아와도 미국·일본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짚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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