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증권사들이 4~5%대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운 발행어음 특별판매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가 두 달 넘게 박스권에 머물면서 자금 이탈 조짐이 보이자 이를 묶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발행어음 사업자 2곳이 추가되면서 경쟁이 한층 강화된 점 역시 고금리 특판 출시의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입니다.
국내 발행어음 시장은 2017년 도입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올 2분기 기준 전체 잔액이 약 55조9291억원에 달합니다. 전 분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말 51조2743억원과 비교하면 9.1% 확대된 규모입니다. 지난달에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신규로 사업 인가를 받아 총 9곳으로 발행어음 사업자가 늘어났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합류한 메리츠증권은 이달 하순께 '1호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재 발행 금리와 규모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습니다. 발행어음 사업을 1년 넘게 준비해 온 만큼 출시를 위한 전반적인 작업은 마쳤지만 시장 상황 등을 살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1호 상품의 금리 수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선보이는 발행어음 상품들이 대부분 5% 안팎의 고금리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보다 한발 앞서 발행어음 후발 주자로 합류한 삼성증권은 이날부터 2차 특판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증권 종합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1년물 연 4.3%를 1인당 100만원~3억원 한도로 제공합니다. 발행 한도 1000억원 소진 시 조기 마감됩니다.
앞서 지난달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후 출시한 첫 특판은 이틀 반 만에 1000억원 규모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당시에는 연 5.5%의 2~90일물 초단기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고금리 상품은 기존 사업자들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전체 발행어음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1년 만기 기준 연 5.0%, 6개월 만기 기준 연 4.7%의 상품을 판매합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올해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하는 고객이거나 신규 자금을 입금하는 사람이 대상입니다.
지난해 말 인가를 받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키움증권도 한글날을 겨냥해 연 5.80% 금리의 발행어음 특판을 내놨습니다. 훈민정음 창제 580주년을 기념했다는 설명입니다. 총 판매 한도는 100억원으로 1인당 한도는 100만원입니다.
다만 이 같은 금리 경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자산 운용 경쟁력을 높여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발행어음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자본조달이 가능하지만 그 한도를 무리하게 채우기보다 안정적인 운용을 우선시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발행어음은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으로 채워야 하고 발행어음 조달액에 연동한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적용됩니다. 모험자본 의무 비율은 올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 등 단계적으로 상향됩니다.
장명수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운용부장은 "올 상반기 기준 7개 종합투자사의 모험자본 투자 양적 목표는 조기에 달성을 했다"면서 "대체로 안전자산 중심의 투자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적 확대 목표를 빠르게 달성한 만큼 질적인 성장을 챙기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입니다. 하나증권은 모험자본 투자에서 지방의 혁신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기업 투자에 편중된 타사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와 부산에 이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의 판매와 운용, 모험자본 공급의 책임자를 나눠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회사 측은 "경쟁력 제고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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