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가에 무역적자까지…전쟁 늪에 빠진 트럼프
농민·라틴계 등 'MAGA' 이탈 가속…물 건너간 이란 전쟁 '휴전'
2026-10-07 17:20:15 ㅣ 2026-10-07 17:43:30
[뉴스토마토 한동인·이현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길어진 전쟁은 유가와 물가 불안을 자초했고, 동맹국의 주머니까지 턴 '관세 폭탄'에도 무역적자는 불어났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화하는 현실에 지지층 결집도 역부족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사실상의 패배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엘립스 공원에서 'MAGA' 깃발을 든 남성이 의사당 습격 5주년 기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윳값도 무역적자도 '최대'
 
7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의 경유 평균 가격이 최근 갤런당 6달러를 훌쩍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평균 경유 가격이 갤런당 6.53달러까지 치솟았고 지난주 기준으로는 6.44달러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경유는 트럭 물류와 건설 장비는 물론 수확 철 농기계의 핵심 연료여서 농민과 운송업자가 받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공화당 전통 지지층인 농민들이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윳값을 낮추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입니다. 농기계와 건설기계 등에 주로 쓰이는 면세 경유인 '적색 착색 경유(red-dyed diesel)'의 사용을 확대하고 경유에 부과되는 특정 연료세를 면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다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쟁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이 파괴돼 글로벌 경유 공급망이 무너진 데다, 미국 정유 시설 가동률마저 이미 98%에 달해 추가 생산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무역적자 해소도 요원해졌습니다. 지난 6일 미 상무부는 지난 8월 미국의 상품·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전월보다 13.7% 증가한 1056억달러(약 142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해방의 날' 직전인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입니다. 관세로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던 구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셈입니다.
 
물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적자 해소 효과는 보이지 않는데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커지면서, 생활비 문제가 중간선거 판세를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경유·휘발유 가격과 생활물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모두 높은 수준이어서 여론의 화살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습니다. 9월24~28일 실시된 <AP·NORC> 조사에서 생활비 문제에 대한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17%에 그쳤고 경제 전반에 대한 대응 지지율은 26%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물가 대응에 대한 부정 평가가 51%로, 긍정 평가(44%)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집권 1·2기 통틀어 '지지율 최저'…"서프라이즈" 무색
 
민심 이반은 트럼프 행정부 지지율로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5일 <로이터·입소스>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2%로, 지난 9월 조사와 같은 수치이자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치입니다.
 
9월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에서도 긍정 38%, 부정 58%로 20%포인트가량 격차를 보였습니다. 재집권을 도왔던 라틴계의 이반도 눈에 띕니다. 4일 <NBC>와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 조사에서 '어느 당이 연방의회를 장악하길 원하는가'라는 묻자 응답자의 59%가 민주당, 35%가 공화당을 꼽았습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같은 시점 12%포인트였던 민주당의 우위가 약 두 배로 벌어진 것입니다. 전체 유권자의 약 16%를 차지하는 라틴계의 공화당 지지율은 2016년 21%에서 2024년 42%까지 꾸준히 올랐으나 이번에는 흐름이 꺾인 모습입니다.
 
문제는 모든 악재의 뿌리인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보 민주당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중간선거 서프라이즈가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정가에서는 불리한 형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란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의 휴전을 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란이 제안한 휴전안인 이른바 '7일 신뢰 구축안'은 미국이 원하지 않는 조건이라며 거절해 무산됐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호르무즈·홍해 동시 차단에 따른 유가 위기가 이어지고 중간선거 전망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만큼 미국이 원하는 조건에 합의해 줄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위기에 처한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민주당은 반격을 예고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와 선거 광고 촬영에 나선 것입니다. 6일 <AP>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지사·상원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광고 24편을 녹화했고 추가 유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CNN>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의 96%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보였고, <악시오스>는 그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인기 있는 민주당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와 물가 부담도 쉽게 덜어지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등판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은 상·하원 과반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 패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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