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늪인데 공사비 폭탄…지방 정비사업장 갈등 폭발
악성 미분양 86% 지방…대구·부산·경남 순
설상가상 정비사업 공사비 인상으로 파열음
'공사비 상향→분양가 상승→미분양→부실'
2026-05-26 16:29:55 2026-05-26 16:44:46
지방의 한 건설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이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한쪽에선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다른 한쪽에선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계약 해지와 소송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이 늘어나고, 공사비를 낮추면 시공사가 사업을 외면하는 구조가 지방 정비사업을 뒤흔들고 있는 겁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83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은 4만6671가구로 전체의 약 71%를 차지했습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3만429가구로 2개월 연속 3만가구를 웃돌았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의 약 85.5%는 지방에 집중됐으며 지역별로는 대구(4050가구)가 가장 많고 경남(3528가구)·부산(3035가구)·경북(3004가구)이 뒤를 이었습니다. 완공된 상태에서도 팔리지 않는 물량은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공사비와 금융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역대 최고 공사비 겹치며…지방 정비사업 법적 분쟁까지
 
설상가상으로 공사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지방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지방 정비사업장 평균 공사비는 2021년 462만원에서 2025년 682만원으로 47.5% 올랐습니다. 서울(68%)에 비해 상승률은 다소 낮지만 절대적인 수치 자체가 지방 사업 구조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사비 급등으로 갈등이 가장 격화된 곳은 부산입니다. 수영구 광안2구역 재개발조합은 3월 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본검증을 신청했습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18년 광안2구역 공사비를 3.3㎡당 445만원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2024년 설계 변경, 마감재 변경 등을 이유로 현재 750만원까지 두 차례 상향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553억원 규모로 세 번째 추가 인상을 요구하며 조합과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같은 부산의 범천1-1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2020년 계약 당시 평당 539만원이던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72%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부산시민공원 촉진4구역 최초 시공사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은 2016년 계약 당시 평당 449만원에서 최근 1121만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조합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시공권은 두산건설로 넘어갔습니다. 
 
대전 동구 가오동1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에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공사비 증액 요구와 운영비 대여 중단이 맞물리며 협의가 완전히 깨진 결과입니다. 대구에서는 법적 분쟁으로 번진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구 중구 태평78상가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현대건설이 계약 규정(+8.42%)을 크게 초과한 40% 증액을 요구하며 착공을 거부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에 133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사비 올리면 '미분양' 낮추면 '착공 차질'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이중의 함정'으로 진단합니다. 지방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수용해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 위험이 커지고, 공사비를 거부하면 시공사가 착공을 미루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겁니다. 
 
현재 분양시장은 미분양 적체와 공사비 급등이 만날 경우 자금 순환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준공 전부터 미분양이 쌓이면 분양대금 유입이 막히고, 건설사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결국 '분양가 상승→미분양 적체→공사비 회수 불가→PF 부실'로 이어지는 고리가 지방 건설 시장을 위축되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는 뚜렷한 수치로 나타납니다. 실제 서울 강남·한강벨트 사업장은 평당 1100만~1200만원대에도 시공사가 몰리는 반면, 지방 광역시 주요 사업장은 700만원대 공사비에도 무응찰이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 낮은 지방 수주를 기피하면서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다수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지방 미분양 문제는 단순 공급 과잉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둔화, 수요 위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재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 상향 조정이 필요한 건 맞지만, 정비사업 조합이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공사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도 문제"라며 "공사비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3의 전문기관 개입으로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방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도 근본적으로 따라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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