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0%+1주' 요건을 둘러싼 논쟁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일정 지연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논의가 당국 제시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업계는 '생존의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학계와 법조계도 규제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 헌법적 정합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문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최종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2단계 법안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후속 입법으로 가상자산 발행·공시 규율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등을 담는 업권법 성격의 법안입니다. 당초 TF는 설 연휴 전 발의를 목표로 했으나 일정이 미뤄졌고 이후 이달 말 발의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다시 미뤄졌습니다.
이번 논의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은행 지분 50%+1주' 방안이 골자입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적 성격으로 보고 소유 구조를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체제로 운영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 내부통제와 자산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지배구조와 책임성 강화를 규제 기조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는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사실상 공공적 성격의 플랫폼으로 보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배구조를 제도권 금융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가상자산업계는 규율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소유 구조를 직접 건드리는 방식은 과다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지분 제한에 대해 "강제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생존의 입장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지분을 강제로 낮출 경우 실제 인수 주체를 찾을 수 있냐는 점을 문제로 들었습니다. 경영권 없는 지분을 누가 매수하겠냐는 것입니다. 관계자는 "지분을 팔아 이행하지 못하면 라이선스가 날아가게 될 텐데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예금·대출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과 동일한 공공성을 갖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강경한 입장입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제시되는 방안은 잘못된 방향이기 때문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지분 규제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기본 규제는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학계와 법조계는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일률적 지분 상한 도입이 적절한 수단인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윤겸 인천대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소유 구조 획일화가 정답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주요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일률적 지분 상한을 둔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법적 측면에서도 쟁점은 적지 않습니다.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는 "이미 형성된 시장에 지분 규제를 소급 적용할 경우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현재 대주주 구조가 감독당국의 신고·심사를 거쳐 유지돼 온 점을 감안하면 기존 법적 상태에 대한 신뢰 이익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쟁점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를 은행과 동일한 인프라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프라 기관 개념을 확장 적용할 경우 향후 다른 신산업에도 유사 규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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