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은퇴자들을 노리는 사기가 기승입니다. 퇴직금 등 목돈을 가진 채 노후 경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찾는 이들에게 그럴듯한 투자회사 명함을 내밀고 고수익 투자를 권유합니다. 그래서 매번 ‘생숙(생활형 숙박시설)’이다 ‘지산(지식산업센터)’이다 유형만 바뀔 뿐 분양 사기를 당했다는 뉴스가 반복되고 요즘엔 듣도 보도 못한 코인 사기도 활개입니다.
그래서 은퇴자들도 조심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해야겠다는 조바심이 발동하는 한 다른 유형의 유혹에도 눈이 팔리기 마련입니다. 월세, 소자본 창업, 주식 등 겉보기엔 멀쩡해도 큰돈은 못 벌고 맘고생만 심한 선택지들입니다.
월세수익률 양호해도 세제 규제 환경 악화
건물주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공통된 꿈입니다. 가끔 어느 연예인이 어디에 빌딩을 올려서 수십, 수백억 수익을 봤다더라는 기사를 볼 때면 모두의 꿈이 건물주로 통합되는 것 같습니다.
꼬마 빌딩은 아니라도 월세 받아 생활해보자는 마음이 은퇴자들을 부동산 투자로 이끕니다. 아파트 몇 채씩 사서 월세를 놓을 형편은 안 되니 결국 선택지는 오피스텔과 상가로 좁혀집니다.
오피스텔의 경우 수익률만 보면 괜찮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현재 전국 오피스텔 월세수익률은 평균 5.66%입니다. 2022년까지 4.7% 수준에서 장기간 횡보하다가 그해 10월 4.8%대로 올라선 뒤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은 지난달 6.14%까지 올랐습니다. 서울로 국한해도 지난달 평균 5.54%를 기록, 전국 평균과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소형은 5.99%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평수가 커질수록 월세수익률은 낮아집니다.
조금씩이지만 추세가 우상향이라서 이것만 보면 오피스텔을 노후생활 비용 투자로 선택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세금 등 각종 비용과 관리입니다. 일단 한 채든 열 채든 거주 주택 외에 임대를 놓기 위해 오피스텔을 매입한다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이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이 취득세 감면인데요. 오피스텔의 경우 분양 물건에 한해서만 60㎡ 이하는 100%(200만원 초과시 85%), 60㎡ 초과는 50%가 감면됩니다. 단 분양가는 수도권 오피스텔이 6억원, 그 밖의 지역은 3억원 이하여야 합니다. 즉 이미 지어진 기축 오피스텔은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없습니다.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을 임대해도 취득세 혜택은 없습니다.
재산세 혜택은 수도권 4억원 이하, 비수도권 2억원 이하 오피스텔에 대해 40㎡ 이하 100%, 40~60㎡ 75%, 60~85㎡ 50% 깎아줍니다.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조건은 종부세 합산 배제 조항에도 적용되는데요. 단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 매입하면 합산합니다. 결국 지금 서울에서 매입하면 종부세 문제도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혜택은 10년 유지해야 하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세 잘 내는 착한 임차인을 만나는 것도 행운입니다. 임차인 문제로 골치 앓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잠재한 공실 위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고 오피스텔을 매입, 월세가 발생하면 재산 평가액이 크게 올라 건강보험료도 껑충 뜁니다. 거주 아파트 한 채에 임대용 오피스텔 하나로 월 60만원, 연 720만원 세를 받는 부부가 건보료, 재산세, 부가세 내고 나면 500만원도 안 남는다는 후기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임대소득이 연 1000만원 이하 소액일 경우 60%는 경비로 인정받아 소득 400만원, 기본공제 400만원이 적용, 수입 0으로 인정받는 방법도 있지만, 오피스텔 한두 채로 임대사업을 하느니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경험담도 많습니다.
이 밖에도 다주택자에 칼을 겨눈 정부가 있기에 임대사업자들로서는 지금 누리는 혜택이 언제 어떻게 변경될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요인입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투자하기 위해 대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리가 높아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입니다. 이런 불편과 우려를 감수하면서 오피스텔을 매입하느니 연 5% 이상 배당이 나오는 리츠(REITs)를 매수해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전업투자? 약세장 경험 필수
부동산보다 주식에서 기회를 찾는 부류는 '전업투자'라는 단어가 꿈처럼 보입니다. 최근 1~2년간 강세장이 펼쳐진 덕분에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많은데요. 매번 강세장 끝물엔 전업투자자로 변신하는 직장인들이 많았습니다. 때마침 퇴직했다면 ‘갈 길은 하나’처럼 보일 겁니다. 실제로 은퇴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주식 관련 게시글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약세장을 경험한 경우가 적다는 것입니다. 강세장에 수익 내긴 쉬워도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내거나 유지하는 것은 투자 대가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코스피 5000 시대에 큰 수익을 올린 투자자가 20~30% 하락하는 약세장을 맞았을 때 어떤 성과를 낼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직장인이 아니라 생활비 마련 목적의 전업투자라면 더욱 위험합니다. 직장인은 매수한 주식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월급이 있어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습니다. 월급을 받아 추가 매수하면서 평균 단가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전업투자는 다릅니다. 계좌가 마이너스여도 생활비는 필요합니다. 기다리면 오를 것 같아도 매도해서 생활비로 써야 합니다. 이런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마저 금세 사라질 수 있다는 압박감에 몰려 무리한 매매를 하다가 실패한 전업투자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변동성 장세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투자 종잣돈이 커야 합니다. 또 주가 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현금흐름을 만들어줄 배당주 등의 비중이 커야 합니다. 10억원으로 연 5% 배당수익을 노리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약세장에서 주식 매매로 5% 차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배당금에 붙는 세금 문제도 따져야 합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자금을 넣어 투자하면 세금 고민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한도가 1억원에 그치고 배당금 인출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일반 계좌로 투자하고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요. 배당금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산정에 포함돼 분리과세 계좌 등을 이용해 적절하게 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의점, 자기 월급 만들기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아본 50대 구직자들은 재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실감하게 됩니다. 월급은 200만원 초반, 많아야 250만원입니다. 월 300만원 주는 지방 호텔 밤샘 근무자 모집에 25명이 지원했다는 후문은 장년 취업의 고달픔을 대변합니다.
그래서 편의점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킨집은 자영업자의 무덤이라지만 편의점은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만든 관심입니다. 하지만 편의점에 관심을 가진 은퇴자들도 큰 벌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부가 낮밤 교대로 일한 대가를 가져가는 것, 그것도 많지 않습니다. 월 순수하게 남는 돈이 100만원대 중반에서 500만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아르바이트 한 명과 둘이서 근무하는 경우 주 50시간을 일해도 월 200만원대 순익. 이럴 바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급여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들 관리도 어렵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성실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입지에 따라 초기 투자금도 다릅니다.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이 매물로 나올 리 없고 나온들 권리금이 상당합니다. 새로 생긴 상가에 입점하는 경우엔 권리금은 없지만 초기 상가 월세가 세서 매달 이익을 남기기가 버겁습니다. 그래서 편의점 창업은 자신에게 월급 주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휴일 밤낮 없이 좁은 점포 안에 묶인 인생, 여유로운 노후는 안녕입니다.
결국 고민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적은 월급이라도 남에게서 받는 일을 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정된 연금을 최대한 길게 나눠 쓰는 것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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