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부가 올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급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하도급업체의 어려움이 해소될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제도 실현은 물론 실질적인 대금 인상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이 짙은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2일 새 정부 업무계획을 통해 "오랫동안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한 불공정 납품단가 등 고질적 불공정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점 과제로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표준약정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청과 하청업체의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코로나19 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면서 중소기업업계의 제도 도입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기부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중소기업의 늘어난 비용에 맞게 납품단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적용 범위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정해진 사항은 없다. 한 중소기업업계 관계자는 "하도급거래 관계에 있는 계약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연동 범위를 원자재비만 포함할지 노무비까지 볼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법안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연동제가 건설업계까지 폭넓게 적용될 시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자재·인력비 등 대부분 비용이 오르면서 건설업계 파업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업계는 철물 등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건설현장의 골조공사를 중단했다. 공사비 협상 의지를 나타낸 원청사의 현장에서는 공사를 재개했지만 아직 4개 현장에서는 셧다운을 이어가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지만 실효성에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주자가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원청사만 가격 인상분을 부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결국은 물건가격이 올라야 공사비나 자재값을 올려줄 수 있는데 이는 발주처와의 문제"라며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증액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납품단가연동제가 정립된다면, 급변하는 공사원가 상승 대응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통상 공사비에서 자재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로 커 특히 민간공사에서 제도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제도보다 실질적인 대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철근콘크리트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일정 수준으로 자재값이 오를 시 대금을 인상하도록 하는 하도급법이 있다"면서 "공사비를 올려 달라는 말을 원청사에 쉽게 못하는 분위기인 데다 분쟁으로 번지면 시간만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사가 길어지면 손해로 이어져 공사기간 준수라는 목표 아래서 원청사와 하도급사가 타협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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