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정부 조각을 앞둔 가운데 역대 인수위원장의 행보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인수위는 정부 출범 전 주요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사항을 점검하는 기구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해 행정을 진두지휘하면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당사에서 역대 인수위원장이 내각에 참여했던 사례는 단 1번에 그친다. 이마저도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해, 실제 내각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교수 출신 정원식 전 총리를 인수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정 전 총리는 1992년 10월 총리직에서 사퇴하고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그 공이 인정됐다. 1995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자당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를 이기고 서울시장 선거에 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지만 공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인수위 공청회에서 영어몰입 교육을 강조하다가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 오륀지 이러니까 가져오더라"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어린쥐', '어뤤지' 등으로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명박정부에 타격을 준 끝에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이 위원장은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등의 논란도 빚었다. 인수위원장직을 마친 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했다.
2012년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소장은 박 당선인의 대선후보 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공로로 인수위원장에 중용됐다. 박 당선인의 두터운 신임을 토대로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으나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임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 문턱을 밟기도 전에 자진사퇴한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김 전 소장은 이후 별다른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김용준 인수위원장(왼쪽)과 박근혜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이렇듯 국민의힘 정당사에서 임기를 마친 역대 인수위원장이 내각에 실제 참여한 사례는 없다. 공직과는 거리가 멀게, 오히려 자연인 신분으로 생업에 매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이 중요하다는 점과 맞물린다.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의 인사가 이뤄져야 하는 한편, 지역 안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초대 총리의 출신지역을 고려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짜는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당사만 놓고 보면 지역을 고려한 총리 기용은 필수였다. 김영삼정부 총리를 보면 황인성(전북 무주), 이회창(황해 서흥), 이영덕(평남 강서), 이홍구(경기 고양), 이수성(함남 함흥), 고건(서울) 등 두루 기용했다. 이명박정부는 한승수(강원 춘천), 정운찬(충남 공주), 김황식(전남 장성) 등으로 지역 안배를 했다. 박근혜정부는 정홍원(경남 하동), 이완구(충남 청양), 황교안(서울) 등이다.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과 동시에 지역 안배를 기준으로 중용했음이 드러난다. 특히 윤 당선인의 경우 불과 0.73%포인트의 역대 최소 격차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지역 안배 등을 통한 국민통합이 절실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명을 했다가 문제가 있어서 낙마한 경우(김용준 전 헌재소장)도 있기 때문에 인수위원장-총리 불가가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법칙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총리설이 나오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에 대해서는 "총리직을 수행하려면 1700억원 규모의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수위원장에서 총리로 직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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