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올해부터 국내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발효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계와 학계, 정치권 등 각계에서 현 제도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가상자산법 제정안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만 무려 13개에 달하는데, 법안별로 다양한 쟁점을 담고 있어 이를 분류하고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가상자산 제도 정비와 관련해 올해 어떤 흐름으로 변화될 지 정리해봤다.
3월 트래블룰 도입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의 트래블룰 합작법인 ‘CODE’가 지난 12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솔루션 개발 현황과 로드맵을 공개했다. 사진/빗썸
당장 올해 3월 25일부터는 트래블룰이 본격 시행된다.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전송할 때 거래인의 실명 등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사항이다. 트래블룰이 적용되면 이용자 환산 금액 기준 원화 100만원 이상일 때 가상자산거래소에 성명, 주소, 국적 등의 정보 제공을 해야한다.
각 거래소들은 트래블룰 적용시한을 3개월 앞에 두고 자체 개발에 나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량을 보유한 업비트는 자회사 람다 256을 통해 자체 트래블 솔루션인 '베리파이바스프'를 구축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빗코에 이어 최근 플라이빗이 베리파이바스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비트 진영에 합류한 상태다. 빗썸·코인원·코빗 합작사 코드(CODE)도 있다. 코드는 이달 초 테스트를 시작해 시스템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두 진영 다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거래량이 높은 곳인 만큼 기술력을 앞세워 참여사를 늘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속도내는 업권법 제정
양도세 기준 상향과 가상 자산 과세 유예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2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와 학계, 정치권에선 현행 특금법이 자금세탁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산업 진흥을 위한 가상자산 업권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지난해 업권법 연내 처리는 무산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업권법 추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산재된 법안에 대한 통합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3~24일 이틀간 국회 정무위에서 업권법 논의가 이뤄졌으나 명확한 정부안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업권법 논의엔 이용자 보호를 목표로 가상자산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부터 거둬낸 후에 유형별로 장려할지 규제할지를 정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행 특금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충돌 문제로 신규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진입이 어려운 실정인데 이러한 기존 법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명계좌 확보 진입문턱 낮춰야"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는 가상자산 거래소 24곳에 대한 신고수리를 완료했다. 현재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으로 나머지 거래소는 모두 코인마켓으로만 운영되는 실정이다. 원화 없이 가상자산간 거래만 허용되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높고 편의성이 떨어진다. 코인마켓으로만 운영되는 거래소들은 실명계좌를 운영했던 이전 대비 최대 90% 가량 이용자가 급감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실명계좌 확보의 물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지난해 9월 특금법 시행 이후 자금세탁 방지건에 대해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관할하는 것으로 전환되면서 사고 발생시 은행이 책임져야한다는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은행 내부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실명계좌 확보와 관련한 일정과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준이 불분명하면 되레 가상자산시장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명계좌 확보를 늘린다면 유효한 경쟁을 이끌어내 이용자 편의는 물론 산업 생태계 성장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실명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 중심으로만 운영되면 자본이익의 최적화에만 신경을 쓰고 고객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고객들이 여러 불이익을 입을 수 있고 국내 가상자산산업 성장에 지장을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강 부회장은 이어 "지난 10월초 한국핀테크학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5개 코인마켓거래소가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폐업하게 되면 상장된 코인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최저 3조 7000억원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코인마켓 거래소의 은행 실명계좌만 제대로 발급해주도록 조치해도 국민들의 자산 3조 7000억원을 지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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