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한국당이 프랑스 공화당을 주목해야 할 이유
입력 : 2018-02-20 06:00:00 수정 : 2018-02-20 06:00:00
정당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고, 패배한 정당은 권력을 탈환하려고 노력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면 선거는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꽃일 수 있다.
 
이달 초 프랑스 두 곳에서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이 선거는 모두 공화당(Les Republicains)이 승리했다. 선거를 통해 우뚝 선 사람은 공화당 로랑 보키에(Laurent Wauquiez) 대표였다. 공화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은 2개월 전 대표가 된 보키에 효과(l‘effet Wauquiez)를 이 선거에서 찾았다. 보키에는 “우파가 단합할 때 승리한다”는 슬로건을 반복하면서 공화당의 힘을 끌어 모으는데 온 힘을 다 했다.
 
이 같은 캠페인은 큰 효과가 있었다. 공화당의 제오프로이 디디에(Geoffroy Didier) 대변인은 “우파는 로랑 보키에를 중심으로 다시 뭉쳤다. 흡족하다”고 했다. 디디에는 유권자들이 보키에가 이끄는 공화당이 어제의 우파와 다르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벨포르(Belfort) 지역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앙 부카르(Ian Boucard)는 59.18%의 득표율로 앙마르슈(En Marche)가 지원하는 중도정당 모뎀(Modem)의 크리스토프 그뤼들레르(Christophe Grudler)를 월등히 따돌렸다. 오랫동안 우파의 텃밭이던 발 다즈(Val d‘Oise)에서는 지난해 6월 거세게 몰아친 ‘마크롱 바람’에 앙마르슈의 이자벨 뮐레 코이(Isabelle Muller-Quoy)가 공화당 앙투안 사비나(Antoine Savignat)를 물리쳤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사비나가 51.45%의 득표율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승리는 보키에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 구성된 공화당 지도부에 정당성을 안겨줬다. 2개월 전 당 대표 선거에서 보키에와 치열하게 싸웠던 전 고등교육 연구부 장관 발레리 페크레스(Valerie Pecresse)는 우파가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일어나서 걷고 있는 정당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며 “프랑스 우파의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개혁하고 쇄신하자”고 호소했다.
 
또한 이번 승리로 공화당은 장뤽 멜랑숑이 이끄는 좌파 정당 라 프랑스 엥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집권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에 대적하는 제1야당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게 되었다.
 
공화당의 리디아 기루(Lydia Guirous) 대변인은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매력이 꺾이고 프랑스인들은 마크롱 정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오로르 베르제(Aurore Berge) 대변인은 “벌칙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약화시키고자 했다. 이처럼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과 야당이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화당이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우파의 기사회생을 한국의 자유한국당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당은 지금도 소프트웨어를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철저한 개혁과 혁신은 뒷전으로 한 채 여기저기 땜질하고 분칠만 하다 보니 ‘누더기당’이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식으로 백날 당을 끌고 간들 부활은 어림없다.
 
구닥다리 정치인들이 여전히 앞에 나와 당의 쇄신을 외치지만, 그 연극에 감동할 관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한국당이 새로운 이미지의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현 지도부로는 도저히 안 된다. 지금대로라면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부활은 어렵다. 그때 가서 다시 환골탈태 하겠다고 하지 말고 그 이전에 제대로 혁신하라. 그 편이 3개월의 금쪽같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프랑스 공화당이 제1야당의 자리를 빼앗긴지 10개월 만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합과 화합, 철저한 쇄신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 당 대표가 된 로랑 보키에 효과도 있었다. 보키에는 당 대표가 된 후 지지율 41%를 기록했다. 취임 직전(34%)에 비해 지지율을 7%포인트 올리면서 프랑스 정치인 중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지지율은 얼마인가. ‘홍준표 효과’는 과연 있는가. 그가 한국당을 쇄신과 혁신의 길로 끌고 가기에는 소프트웨어가 빈약해 보인다. 현 지도부를 40~50대로 완전히 바꾸고 대한민국 정치에 젊음을 불어 넣는다면 아마도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미래가 밝을지도 모른다.
 
만신창이가 된 부분을 보수하고 땜질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새판을 짜는 정치를 주문한다. 그렇게 한다면 유권자들은 한국당에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 것이다. 현재 한국당이 하고 있는 정치를 보면 딱히 매력도 없고 정치 혐오만을 조장할 뿐이다.
 
페크레스의 말처럼 일어나 걷고 있는 정당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우파의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개혁하고 쇄신할 때 또 한 번의 기회는 찾아온다. 이점을 한국당이 명심하고 되새기면 좋겠다. 물론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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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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