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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사회책임)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국내 RE100법 지지 활동

2018-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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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국회와 시민사회, 기업의 공동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선 에너지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재생에너지 선택권이라 한다. 국제적으로는 RE(Renewable Energy)100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중국, 미국을 포함해 70여개국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는 국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니셔티브 참여 단체와 기업은 각각 발족 선언문과 기업 선언문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에는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공동대표 이원욱·전현희 의원 외 45명)과 6개 시민사회단체(그린피스, 생명다양성재단, 세계자연기금, 에너지시민연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가 함께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B인베브 코리아(오비맥주 모회사) 등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의 자발적 참여 및 지지 기업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가 도입된다면 국내 기업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기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선택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된 것은 큰 도약으로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는 향후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 참여를 유도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인프라 구축을 위해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제도는 국내 산업의 전환점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은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의 공동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이원욱 의원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 및 재생에너지 선택권 선언은 전체 산업계 및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의 출범 의의를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석탄, 원자력, LNG를 비롯한 에너지와 구분해 구매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 출범했다.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인프라 입법화를 통해 국내 기업과 시민의 에너지 선택권을 넓히고,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주요 에너지 수요자인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획을 포함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상업 및 산업 부문의 기업들은 세계 전기의 3분의 2를 소모한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기 위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RE100은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서 출범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인도와 중국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케아,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155개의 단체가 참여하며, 이들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비즈니스 사례를 공유한다. 전력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에너지 사용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제도 없이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한 기업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니셔티브 참여 단체들은 "우리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약속했음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희망하는 기업조차 이를 선택할 수 없는 국내 환경 때문에 투자를 해외로 옮기도록 만들고 있다"며 "이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이고 한국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 기회를 계속해서 놓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기에서 국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에너지 사용자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 선택과 지지 선언을 유도하는 목표를 세웠다. 국회, 시민사회와 기업이 협력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국내의 첫 공동 노력인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KSRN집행위원회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 로드맵
 
환영사에 이어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의 경과 과정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 입법화를 비롯해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 및 사용 선언 기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제도화를 위한 논의는 지난 2월28일 국회간담회에서 시작했다. 이원욱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간담회는 "RE100 제도화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산업부,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6월22일에는 RE100의 대표인 샘 키민스와 이원욱 의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영국대사관 간의 면담이 진행됐다. 
 
재생에너지 선택권 법안이 발의된 것은 7월3일이다. 이원욱 의원은 발전원별 구분 판매 근거가 없어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권이 부재한 국내 전력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전기사업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이른바 RE100법을 발의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움직임에 첫 발을 뗀 것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비자가 전기 생산에 사용된 발전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소비자 전기 주권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에게 판매하는 내용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임을 증명하는 증서를 전기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내용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전기사용자는 연간 구매목표량 등을 세워 전기판매사업자에게 신청할 수 있는 내용 등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출범식 후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는 이원욱 의원의 RE100법 통과를 위한 지지 활동을 계속한다. 또한 간담회와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을 마련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제도 및 정책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기업과의 자발적인 참여 서약 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이니셔티브가 제시한 활동 로드맵은 연도별로 재생에너지 사용 및 사용 선언 기업의 목표 개수를 담고 있다. 2019년까지 총 20개, 2020년까지는 총 30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2021년에는 최소 5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안치용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파리기후협상 이후 세계는 저탄소 경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협력과 경쟁체제로 돌입했다"며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는 자발적 선언과 이행은 사회적 책임인 동시에 신기후체제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양 이사도 "정부는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제도를 조속히 만들어 에너지 사용자들의 자발적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니셔티브 참여 단체와 기업의 의지 담은 선언문 
 
출범식에서 윤세웅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이 낭독한 발족 선언문은 재생에너지를 확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다짐을 담았다. 발족 선언문은 폭염과 미세먼지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한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꼽았다. 전 세계가 2015년 파리 협정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신기후 체제에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노력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선언문은 실제적인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고,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실천의 내용을 담았다. 먼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선택해 사용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선언을 이끌어낼 것을 밝혔다. 기업 및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에게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소비자로서 재생에너지 선택 구매 의사 표명을 끌어낼 것이라는 의지도 나타냈다. 또한 실제적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과 발전 공급을 위해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기업의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DGB금융그룹, AB인베브 코리아, 이케아 코리아, DHL 코리아, IBK 기업은행, 그리고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대덕전자와 엘오티베큠 등 총 12개 기업이 참여해 주요 에너지 소비자로서의 책임의식을 밝혔다. 이들은 기업 스스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을 선언했으며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선택권 인프라가 도입될 것을 촉구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와 세부이행계획을 수립, 발표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도 담았다.
 
삼성전자와 AB인베브 코리아는 이날 출범식에서 자신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소개했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에서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사업장의 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과 국내 사업장 내 약 6만3000㎡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수원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 빈 공간에 설치 중인 4만20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은 12월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투자사가 당사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투자하고, 총발전량의 절반을 투자처가 소유하는 방식의 자구책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AB인베브 코리아 역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소비자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오비맥주의 니콜라스 인겔스 전무는 "AB인베브는 재생에너지의 사업적 또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재생에너지 사용은 꼭 필요한 변화라고 믿는다"며 "이번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더욱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지윤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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