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광연

대한변협·로스쿨 단체, 피선거권 제한 규정 놓고 '진통' 예상

현행 법조 경력 15년 이상만 대한변협회장 출마 가능

2018-02-26 19:01

조회수 : 4,83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15년 이상 법조 경력자만 대한변호사협회장 출마 자격을 주는 현행 대한변협 회칙 개정을 요구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단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와 이를 유지하려는 대한변협 간 갈등이 예상된다. 
 
한법협 관계자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변협 2018년도 정기총회에서 조동용 대한변협 총회 의장에게 "대한변협회장 출마 자격을 법조 경력 5년 이상으로 낮추는 의안을 현장에서 발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한법협 요청에 대해 "총회 운영 규칙에 따르면 의안 제출 방법은 총 두 개다. 협회장 의결을 거치거나 7인 이상 대의원이 총회 의장에게 의안을 내는 방법"이라며 "대의원이 의장에게 안건을 냈다면 의장이 총회 시작 사흘 전까지 총회 구성원에게 이 사실을 이메일로 알려야 하는데 발송하지 않았다. 예외 사유인 '부득이한 사정'도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거부했다. 또 "대법원 판례를 보면 회의 소집 통지서에 요구 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 구성원 전원이 총회에 참석해 의결하지 않으면 무효"라며 "참석하지 않은 회원들이 알 수 없는 내용을 현장 발의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변호사는 "의장이 자기 재량으로 안건을 구성원들에게 보내지 않으면 현장에서 대의원들이 발의해도 결코 상정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며 "안건을 처리해야 마땅하다. 적어도 협회에서 임시총회를 언제 잡겠다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 의장은 "불필요한 논의로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며칠 전에 한법협으로부터 안건을 받았음에도 (구성원에게 보내지 않은) 제 책임도 있고 사전 검토 시간 없이 결론을 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적당한 때에 임시총회를 열어 여러 안건에 대해 서로 숙고할 시간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변협이 추후 임시 총회를 열어 이 안에 대해 다시 논의할 방침이지만 내년 초 대한변협회장 선거 외에도 앞으로 선거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규정 개정이 이뤄지면 지난 2012년 초 로스쿨을 졸업해 취업한 1기 졸업생은 출마 가능성은 적지만, 상당수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먼저 안건이 상정돼야겠지만,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사례에 비춰 집행부 등에서는 전체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로스쿨 출신 한 변호사는 "기간 단축을 지지하지만, 보수적인 대한변협 분위기를 보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거 같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법협은 18일 대한변협에 "대한변협 피선거권 제한 규정 삭제나 연차 감축이라는 내용의 회칙 개정을 원한다"며 "우리 협회 설문조사 결과 82.4%의 찬성률을 얻은 사안으로 청년 변호사들이 절실히 생각하는 내용으로 협회에서 즉시 정기총회를 거쳐 해결할 수 있다"고 요구했지만, 대한변협은 거부했다. 이후 한법협 소속이자 대한변협 대의원인 12명의 변호사는 '총회 구성원은 7인 이상 찬반으로 서면으로서 총회 의장에게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대한변협 총회운영규칙 제22조 제2항을 들어 21일 조 의장에게 서면으로 안건 상정을 재차 요구했다.
 
대한변협은 2016년 2월 총회에서 협회장 출마자격 조항을 변호사 5년에 전체 법조경력 15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임명을 위해 20년의 법조 경력이 필요한 대법원장·대법관이나 15년 법조경력이 필요한 검찰총장·헌법재판관 사례에 발맞추기 위해서였다. 한법협은 청년변호사의 대표권을 비현실적으로 제한했다며 지난해 2월 회칙 개정을 총회 의안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한변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대한변협 회규관리규칙에 따르면 회칙의 제정이나 개정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법무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8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회원들의 의사를 묻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김광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