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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시민단체 "메릴린치 무혐의 처분은 봐주기 수사"

하베스트 인수 관련 자문 중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건

2015-07-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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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담당한 메릴린치가 무혐의를 받은 것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MB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은 23일 논평을 내고 "국민혈세 1조7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야기한 하베스트 하류 부문 날(Narl) 인수에서 투자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 서울지점 김형찬씨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했다"며 "고발인 조사도 한 번 없이 면죄부를 부여한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3월25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날을 인수하기 전 경제성 평가 등 투자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인 안모씨와 당시 실무책임자 김형찬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했다.
 
지난 20일 공동 고발인인 최현 국민모임 간사와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에게 배송된 등기 우편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업무상 배임 혐의 및 사기 혐의에 따른 고발건에 대해 2명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대해 국민모임은 불기소처분 이유서를 받은 후 항고를 제기해 검찰의 수사 과정의 실체를 규명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모임은 고발장에서 석유공사가 자문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베스트 인수 전인 2009년 3월 석유공사는 해외 M&A에 대한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한 달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고, 10곳의 후보 자문사 중 메릴린치 서울사무소가 1차와 2차에서 모두 비계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차 평가에서 계량평가인 최근 M&A 실적을 근거로 평가한 결과 메릴린치는 공동 5위에 불과했지만, 비계량평가에서 1위를 해 전체 1위로 2차 평가를 받았다.
 
이후 2차 평가에서도 자문료 수준을 바탕으로 한 계량평가에서는 3위에 불과했으나, 역시 비계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결국 최종 자문사로 선정됐다.
 
국민모임은 "결국 석유공사 자문사 선정 과정에서 메릴린치 서울사무소는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점수가 1차와 2차 모두에서 높았기 때문에 선정됐던 것"이라며 "정권 실세들 외압의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모임은 김형찬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란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전 비서관은 BBK 소송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해 미국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하는 등 소위 '문고리 권력'으로,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 대한 무리한 사업 추진의 배후에 투자 자문사인 메릴린치와의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가 지난 17일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구속 기소한 가운데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대한 조사는 5월12일 압수수색 한 차례뿐이었다.
 
국민모임은 이날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지시해 광물자원공사에 212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주된 범죄사실인 경남기업 암바토비 사업 지분의 매입과 관련된 배임 부분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 및 그에 대한 다툼의 여지,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자료 확보 정도,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한 국민모임은 2월23일 자메이카 전력공사 지분 투자와 관련해 이길구 동서발전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이상득, 박영준, 최경환, 윤상직 등 이른바 '자원외교 5인방'에 대한 추가 고발도 검토할 예정이다.
 
국민모임은 "국민은 수십조의 국민 혈세를 공중분해시킨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혈세탕진 사건의 윗선과 몸통, 그리고 총체적 실체를 규명할 것을 바라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가 이런 식이라면 우리 국민은 결국 한 목소리로 독립된 특검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모임은 이명박 정부의 사기 의혹과 혈세 탕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정의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나라살림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해외자원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 관계자들이 지난 5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투자회사 메릴린치 서울지점에서 압수수색한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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