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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HIV 감염인에게 낙인 덧칠하는 괴담 이제 그만

2022-12-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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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 중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특정 질환이 나타난 경우에만 에이즈로 분류한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소수자에게 찍힌 낙인의 색깔은 짙다. 소수자가 안고 살아야 하는 낙인은 대개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에겐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경우에 따라서 혐오의 감정이 깃들기도 한다. 다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소수자들에게 낙인을 비용처럼 인식하라고 강요한다. 소수자는 약자, 다수는 절대 강자인 세상이다.
 
HIV 감염인이 강자 중심의 세계관에서 살아가며 버텨내야 하는 비용 중에는 오해도 있다. HIV 감염인은 모두 에이즈 환자라는 눈초리다.
 
언젠가 온라인에서 나타나 빠르게 증발해버린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한 남자가 낯선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장대 거울에 '웰컴 투 에이즈'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짤막한 글이라 진위 여부를 가릴 순 없다.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에이즈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수도, 그저 관심을 받으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에이즈 감염인은 HIV 감염인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인지 알기도 어려운 저 일화가 에이즈 환자를 겨냥했는지 HIV 감염인을 노렸는지 알기 어렵다. 아마 에이즈와 HIV를 구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HIV에 감염됐다고 에이즈에 걸린 것은 아니다. HIV 감염인 중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 CD4의 수치가 200 이하이거나 특정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만 에이즈에 해당한다. HIV에 감염됐어도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HIV 감염인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라는 인식도 강자의 틀에 박힌 시선이다.
 
HIV는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포함한 체액으로 전파된다. HIV를 옮길 수 있는 체액은 혈액이나 정액, 질액 등이다. 눈물이나 소변, 타액에도 낮은 농도의 HIV가 있지만 주된 감염 경로는 아니다. HIV를 전파하느냐 마느냐는 체액에 얼마나 많은 HIV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 성관계나 출산, 모유 수유처럼 동성이든 이성이든 할 수 있는 행위로 결정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HIV 감염 사례의 25%는 이성과의 성 접촉으로 일어나며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및 아시아에서 HIV 전파는 주로 이성애자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강자의 시선에선 HIV 감염인의 단순한 신체 접촉도 불편하게 느낄만 하다. 역시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불편함이다.
 
HIV는 체액이 높은 농도의 바이러스를 가져야 사람 사이에서 옮겨다닌다. 단순히 살과 살만 맞대서는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쉽지 않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HIV가 전파된 사례도 없고, HIV 감염자를 문 모기를 통해 감염된 사례 역시 없다.
 
모든 HIV 감염인이 사회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옳진 않을 것이다. 어느 집단이든 누구 하나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감염자가 대부분인 사회에서 소수자인 HIV 감염인도 마찬가지다. HIV 감염인 중 지탄받을 일을 한 사람이 있다면, 딱 그만큼만 지탄하면 된다. 강자와 다른 소수자라고 낙인까지 떠안고 살아서는 안 된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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