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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임상 실패는 실패다

2023-02-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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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무관한 사진.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위한 과정은 임상시험입니다. 임상은 1상부터 3상으로 나뉘는데 단계별로 쪼개서 할 수도, 묶어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임상 참여자 조건과 규모, 약의 용량과 관찰기관을 정리해 허가당국에 내는 게 임상시험계획서(IND)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국이 됩니다. 당국이 임상시험계획서를 살펴본 뒤 승인하면 남은 관문은 병원입니다. 통상 임상은 병원에서 진행되는데, 병원마다 참여자를 모집하려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승인까지 떨어지면 본격적인 임상 절차가 시작됩니다. 여기까지가 임상을 위해 꼭 걸쳐야 할 과정입니다.
 
임상이 시작되면 회사는 계획에 맞춰 참여자를 모집하고 약을 투여합니다. 비교 대상은 가짜 약을 주는 위약군일 수도, 기존 약과의 동등성을 확인하기 위한 투약군이 될 수 있습니다.
 
임상 참여자 모집과 투약 등이 끝나면 데이터 분석이 시작됩니다. 통상 주요 결과(톱라인)가 먼저 나오기도 합니다. 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는 주로 학회에서 구두 또는 포스터로 발표되거나 논문으로 나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형식을 떠나 임상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1차 평가지표입니다. 임상시험계획서를 작성할 당시 충족하겠다고 설정한 목표를 수치화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1차 평가지표로 쓰이는 지표는 어떤 종류의 의약품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차 평가지표 외에도 임상에선 2차 평가지표라는 게 있습니다. 1차 평가지표에 이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만약 임상에서 2차 평가지표는 충족했지만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일정 수준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1차 평가지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2차 평가지표를 비롯해 다양한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면서 임상 실패를 실패라 하지 않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나다브 키드론 오라메드 CEO(왼쪽)와 오대환 메디콕스 대표. (사진=메디콕스)
 
최근 오라메드 파마슈티컬이라는 나스닥 상장기업은 국내 기업과 손잡고 먹는 인슐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인슐린은 당뇨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데, 장에서 흡수돼야 하는 특성 때문에 주사제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오라메드는 인슐린 캡슐이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도록 기술을 적용했지만 끝내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임상 3상 실패 이후 나다브 키드론 오라메드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 데이터를 확인한 뒤 향후 계획을 공유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인 오라메드처럼 우리 산업계에도 임상 실패를 실패로 보는, 지극히 당연한 시각이 퍼지길 바랍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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