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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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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플랫폼기업, 상술보다 기업가정신이 먼저다

2021-09-17 06:00

조회수 : 4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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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택시를 탔다. 쉬지 않고 콜이 울렸다. 택시기사의 설명이 재밌다.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카카오T의 서비스를 이용하니 매출이 올라 즐거웠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돈만 많이 나가지 매출이 늘지는 않는단다. 그 사이 카카오는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하며 불과 몇 년 만에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최대 규모의 재벌급 반열에 올랐다. 
 
한 소기업 사장님의 하소연도 들었다. 소비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영업한계를 극복하고자 네이버를 이용했다. 자신의 회사명과 상품명이 검색됐다. 매출도 조금 늘어 기대가 컸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소비자들이 클릭만 하고 구매하지 않아도 비용이 빠져 나갔다. 그 비용이 매월 수백만 원에 달해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상위광고에 오르려고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하나 여간 고민이 아니다. 네이버는 올해 6월 기준 매출대비 순이익이 3300억원, 순 이익률이 32%를 넘는다. 자본금보다 이익잉여금이 무려 1450배에 달한다. 
 
코로나로 힘든 서민층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플랫폼기업의 폭식’이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불과 수년전,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이 만능이라며 전문가와 기업들이 성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신산업과 신기술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육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흘러 나왔다. 규제샌드박스를 비롯해 각종 규제법령 폐지·개정은 물론 공무원들의 적극행정까지 주문했다. 신산업과 신기술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과 규제해소’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ICT, 혁신금융, 바이오, 스마트시티 등 신산업분야의 규제완화요구는 93%가 해결됐다. 이 중 50% 정도가 ICT와 혁신금융의 분야로 나타났고 모빌리티와 같은 분야도 다수였다. 시장에서는 진입장벽 해소, 인허가요건 완화, 투자자금 공급이 이뤄졌다. 관련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주식가격 또한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규제의 틀을 벗어난 기업들의 상당수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존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아온 일부기업군이 최근 도마에 오른 것이다. 바로 일부의 ‘플랫폼공룡’이다. 플랫폼경제는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과도한 양적 팽창으로 인해 이제는 독·과점의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예상됐던 문제다. 독·과점의 부작용이 속출해 사회적 비난을 초래했고 결국 정부의 규제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한국 정부는 구글법을 통과시켰고, 미국에선 4대 플랫폼기업(GAFA)을 겨냥한 규제입법이 이뤄지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나 기업이 나타나면 육성책과 더불어 사회적 기여나 폐해의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사후 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모습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는가? 제대로 된 사전규제가 불가능했을까?    
 
플랫폼서비스의 패턴은 비즈니스모델의 개발, 자본유입, 초기 무료서비스 제공, 충분한 데이터 확보, 대형자본투입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시장지배적인 위치에 오르게 되면 가격은 공급자가 정하기 나름이고, 소비자 또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게 된다. 서비스에 대한 초기 만족도는 감소하며, 가성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다음은 ‘울며 비싼 겨자 먹기‘에 처하게 된다. 
 
플랫폼기업은 4차 산업시대 뉴노멀에 부합하는 사업체다. 이들의 역할과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런 점에서 좋은 플랫폼기업의 탄생과 고도성장은 찬사와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대중의 기대와 평가는 냉혹하다. 다수의 실망과 불편함이 발생하거나 승자독식의 행태가 심해지면 반발과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플랫폼 기업들 소수가 비즈니스의 스킬과 성취욕에 사로잡혀 성장하는 건 좋다. 그러나 강한 네트워크의 구축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 높일수록, 다수의 상대적 약자에게 수수료를 챙기며 ‘돈 따먹기’ 시합을 하면 할수록, 자본력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거나 억제할수록 비즈니스순항은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대두되는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의 시대정신과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플랫폼과 비교하면 “아직도 배고프다”고 할지 모른다. 차라리 국내시장에서 포식하려 하지 말고 배고픔을 글로벌 시장에서 해결하길 바란다.
 
정부도 규제의 양면성을 제대로 살펴서 사전·사후적으로 적절하게 규제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 글로벌 시장진출기업에 대한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하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후수습책으로 적당히 ‘하는 시늉’이나 푼돈 몇 푼으로 ‘생색내기’로 봉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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