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정식 채용 이전 면접 과정에서 일어난 성추행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모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일어난 성추행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스토마토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19년 알바생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B군에게 술집으로 오게 해 함께 술을 마시고, 자신의 집으로 따라오지 않으면 알바 채용을 하지 않을 것처럼 말해 집으로 데려온 후 강제로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와 B씨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이 벌어졌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위력을 행사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르바이트 채용에 관한 대화도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영향력 행사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법률관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채용 이전이라도 사실상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자고 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집에 오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B씨가 더 이상 A씨의 요구에 따른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자 A씨는 앞으로 볼 일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에 사실 또는 법리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과 '위력'에 관한 법리 오해를 한 잘못이 없다"고 원심을 인용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