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동부(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전 동부(DB)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판사는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며 김 전 회장의 강제추행과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한 채 피해자인 별장의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여러 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모두 김 전 회장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이고, 내부 사정을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며 "김 전 회장은 이런 사정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면서 "김 전 회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75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거나 비서 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곧장 국내로 돌아오지는 않아 약 2년 동안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사실상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범행 내용과 죄질, 범행 인정 및 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