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을 보면 미국 경제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소비경제는 전체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 연간 소매판매의 20%가 이 쇼핑시즌에 집중된다. 추수감사절부터 새해 첫날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에 이뤄지는 대규모 할인행사 덕분이다. 전미소매판매협회(NRF)는 매년 쇼핑시즌에 평균 3조2000억달러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에도 쇼핑시즌은 활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성장세는 지난해보다는 소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NRF는 쇼핑시즌 매출 성장세가 3.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는 3.5~4%의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해 쇼핑시즌 동안에는 매출이 5.2% 늘어난 바 있다.
다만 지난해보다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늘고 있다. 딜로이트가 최근 발간한 '2015 홀리데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소비하거나 더 소비할 계획'이라는 응답자는 지난해 69%에서 올해 75%로 늘었다.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은 31%에서 25%로 줄었다.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33%가 내년 경제가 더 나이질 것으로 전망하고 41%는 안정적인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등 2016년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도 긍정적이었다. 액센추어의 설문조사에서는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자가 지난해 25%에서 올해 40%로 대폭 증가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품목이나 소비 장소 등에서는 기존과 다른 틈새시장이 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 품목을 보면 핸드메이드나 수공예품과 같은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응답자는 여전히 의류(48%)나 기프트카드(46%)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수공예품을 선물하겠다는 응답자도 16%에 달했다. 수공예품은 올해 설문 조사에 처음으로 포함된 항목이다. 이미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은 지난달 초 수공예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이트인 '아마존 핸드메이드'를 런칭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의 5000명의 판매자가 해당 사이트를 통해 8만여개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연간 6000만명 이상의 소비자가 공예품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소매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니치마켓(틈새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쇼핑 장소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작년에 쇼핑했던 곳에서 올해에도 물건을 사겠다는 응답자는 75%로 반대로 4명중 1명은 새로운 쇼핑장소를 발굴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페스티벌이나 바자회, 팝업스토어 등에서 소비하겠다는 응답자가 30%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할인마트가 강세를 보이는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응답이다. 딜로이트는 이에 대해 쇼핑 장소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소매업체들은 분산된 지역에서 인프라를 덜 갖춘 포인트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자체적인 이벤트를 열거나 다른 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이벤트를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쇼핑의 방법 면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사용하는 옴니채널이 계속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선호하는 쇼핑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가능)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먼저 찾아보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웹루밍(역쇼루밍)'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58%에서 올해 69%로 증가했다. 반대로 오프라인 상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루밍'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52%였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산 뒤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수령하는 방법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43%를 기록했다. 매장 수령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배송비 절약과 빠른 물품 수령 등이 있었다.
미국의 한 상점에서 쇼핑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격정보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등이 구매 결정에 끼치는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미리 온라인을 통해 찾아본 내용이 상품 구매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응답자는 51%로 지난해보다 8%나 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가격이나 후기 등을 검색한다는 응답자도 78%에 달했다. 쇼핑을 할 때 소셜미디어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지난해 45%에서 올해 50%로 증가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쇼핑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고 '할인정보를 찾는데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50%, '후기를 살핀다'가 4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액센추어의 조사에서는 61%의 응답자가 SNS가 쇼핑에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 특히 18~44세 사이의 소비자가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 알아본다는 응답자는 절반에 달했다. 반면 광고나 할인 때문에 SNS를 확인한다는 응답은 3분의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