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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공공택지 토지대금 연체 '급증'
1월 기준 토공 공동주택지 토지대금 87% 연체
2009-02-23 06:18:33 2009-02-23 06:18:33
건설회사의 자금난과 분양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지의 토지대금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로 아파트 분양이 위축된데다 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축소로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토지대금 납부를 미루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토지대금 연체가 증가하면 할수록 연내 예정된 택지지구내 아파트 분양도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유망 택지도 '연체 또 연체' = 23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택지 분양대금 연체금액은 총 3조5013억원으로 전체 회수 대상인 4조354억원의 87%에 달했다.
 
이 가운데 1월 현재 아파트 등을 짓는 공동주택지의 연체액은 2조3361억원으로 회수 대상 금액(2조6752억원)의 87%가 연체됐다.
 
지난해 1월 택지지구 공동주택지의 연체액이 총 2661억원, 연체율이 전체 토지 분양대금의 37%였던 것에 비하면 올들어 연체액은 전년대비 778%, 연체율은 135%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공동주택지의 신규 연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공 관계자는 "통상 건설업체가 재무관리 차원에서 연말에 잠시 연체를 하더라도 연초에 갚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1월에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10월 이후 연체 회사가 급증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이 공급한 토지도 마찬가지다. 주공이 지난해 판매한 화성 봉담, 성남 도촌, 파주 운정 등 공공택지 4개 아파트 부지 가운데 75%인 3개 필지의 중도금이 연체되고 있다.
 
경기지방공사가 개발중인 광교신도시도 민간 건설ㆍ시행사에게 분양된 7개 필지 가운데 43%인 3개 필지의 토지대금 납부가 지연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의 유망 공공택지까지 토지대금 연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포 한강, 인천 청라, 영종도, 고양 삼송, 대전 서남부 등 7개 지역 공동주택지를 보유하고 있는 A사는 지난해 말부터 중도금의 대부분을 연체하고 있다.
 
또다른 중견 건설사 B사는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부지를, 대형 건설사 C사는 광교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민간에 분양된 공동주택지 12개 필지 가운데 상당수가 분양대금을 연체중이다.
 
경기침체속 대출 중단, 자금난 원인 = 이처럼 공공택지의 연체율이 늘어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건설회사 퇴출 여파로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전면 중단된 탓이 크다.
 
중견 건설사인 D사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자체자금으로 낼 수 있는 건설사는 없다"며 "결국 금융권 PF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최근 건설사 구조조정과 퇴출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은행권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아 땅값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행사가 토지를 분양받은 경우 대출 보증을 서줄 건설회사(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땅값 마련을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거액의 땅값을 미리 납부해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한 몫한다.
 
E건설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계의 최대 관건은 유동성 확보"라며 "언제 분양될지 모르는 땅에 자금을 투입하느니 차라리 연체료를 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택지를 해약하려면 1개월 이상 분양대금이 연체된 토지만 해약 대상이 된다는 점도 건설사의 연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는다.
 
건설업계는 토지대금 납부가 계속 지연될 경우 올해 분양예정인 공공택지내 아파트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올 10월부터 아파트 분양이 예정됐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건설사들이 대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연내 아파트 분양이 힘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토지공사, 경기지방공사 등 올해 택지 분양을 준비중인 기관들은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건설사의 대금납부 조건 등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제위기로 민간택지 아파트 공급은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올해 건설사들이 택지지구 공급마저 제때 하지 않을 경우 2-3년 후 공급부족으로 집값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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